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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무속인과 법사도 구분 못하나

  • 기자칼럼
  • 입력 2022.01.21 13:35
  • 수정 2022.01.21 16:18
  • 호수 1618
  • 댓글 4

4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무속인의 등장으로 혼탁해 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이 상주하며 선거업무 전반을 관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손바닥에 쓴 ‘왕(王)’자와 ‘천공 스승’이라 불리는 인물로 인해 선거에 무속의 힘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그런데 최근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의 등장과 함께 배우자 김건희씨가 발표한 4편의 논문 중 3편이 운세와 사주 관련 내용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관련 조직을 해산시키는 등 차단에 나섰다. 윤 후보도 “당 관계자에게 소개를 받아 인사를 한 적은 있고 스님으로 안다. 법사라 들었다. (선거 관련)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와 선거는 상식과 국민의 뜻이 근간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 대통령 선거에 무속이 등장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번 김건희씨에서 비롯된 무속 논란을 지켜보는 불교계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법사는 ‘법화경’에서 독립된 품으로 다뤄지고, 동아시아 최고 역경승인 현장 스님을 ‘현장법사’라 하듯 그 의미가 각별하다. ‘가산불교대사림’에는 “불법을 설해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하는 이로 넓은 의미에서는 부처님을 포함해 그 제자를 통틀어 법사라 하고, 좁은 의미에서는 경장이나 율장에 능통한 수행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수행과 덕이 높아 중생을 불교로 인도할 수 있을 정도의 수행자라야 비로소 법사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세간에서 일생을 바쳐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치는 ‘재가법사’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법사라는 수승한 용어가 몇몇 무속인에 의해 변질·왜곡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측은 이번 무속 논란의 주인공인 전모씨에 대해 “무속인이 아닌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에 따르면 전씨는 서울 역삼동에서 무속활동을 해왔고,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해왔다. 일광조계종은 2018년 충주 중앙탑공원에서 행사를 개최하며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반불교적 행위로 불교계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김현태 기자
김현태 기자

불교용어가 다른 종교인들에게 차용당한 사례는 많다. 대덕스님들을 뜻하는 장로를 비롯해 천당, 예배, 전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근래 법사에 대한 오용과 폄훼는 차용과는 정도가 다르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신부나 목사를 자칭한다고 해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신부나 목사로 부르지는 않는다. 자격을 갖춘 교단에서 인정해 주고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유독 불교만은 예외다. 자격이 없어도 삭발하고 승복을 입으면 스님으로 부르고, 무속인을 거리낌 없이 법사라고 부르는 이런 잘못된 현상에 대해 불교계 차원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대선에 나선 후보가 무속인을 법사로 부르는 것은 무지이며 불교에 대한 모독이다.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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