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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수행 이재규 씨 [상]

기자명 이재규
지식 접근 한계 느껴 화두 선택

스님들 지도받으며 선방서 정진


정녕 올바른 삶은 어떤 것일까? 임종시 침대에 누워 아들과 가까운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과 이 생(生)에서의 마지막 말을 나눌 때, “나는 여한(餘恨)없이 살았다. 다시 살아도 나는 이렇게 살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올곧은 삶’ 그것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소박한, 그러나 매우 진지했던 나의 소망은 마음공부와 수행을 근본으로 하는 불교세계와 나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조사어록, 불교경전 등을 읽으면서 법문을 듣고, 스님의 안내에 따라 좌선수행을 흉내내보면서 나는 불교의 바다에 조금씩 조금씩 빠져들어 갔다. 특히 ‘중중무진(重重無盡) 법계연기(法界緣起)’를 설명하고 있는 『화엄경』과 ‘우리의 삶은 연기실상의 총체적인 앎에 의해 유지되면서 흘러가고 있다’는 유식사상은 내 사고의 폭을 무한세계로 확장하고 내 마음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해를 통해서 다가가는 마음공부’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삶이 순탄하고 무난할 때에는 그 효험이 분명하였지만, 삶이 곤궁하고 어려울 때에는 마음으로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음으로 고통을 만들어 놓고 마음으로 그것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경찰서장이 불을 질러 놓고는 방화범을 찾아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는 수행방법도 함께 해 보기로 했다. 절과 염불을 병행하였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염송하고 있는 나와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내가 하나가 됐을 때, 나는 염불삼매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 모든 것을 그 염불소리에 턱 맡겼을 때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이러한 절과 염불은 어렵고 절박해서 그 누군가에 매달리고 싶었을 때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언가에 의지하는 수행방법’은 수행하는 동안에는 그 효험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그 효과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염불은 계속되어야 했다. 평상시에 내가 가장 싫어했던 “주여! 내게 000를 해 주소서” 그것과 내가 하고 있는 이 방법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래, 이것은 방편일 뿐이지, 이것이 결코 불교의 근본일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들이 하는 수행방법을 추가해 보기로 했다. 화두선이다.

수행단체와 스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선방에 앉았다. 주말이면 몇몇 도반들과 어울려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앉으면 앉는 줄 알고, 서면 서는 줄 알고,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사람들과 이야기할 줄 아는 바로 이 당체가 무엇인가?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간절하게 그리고 끊어짐 없이, ‘이뭣꼬?’ 하면서 참구했다.

이렇게 일심(一心)으로 화두(話頭)를 잡고 있을 때는 머리끝이 하늘을 향해 쭈뼛쭈뼛 당겨지는 듯 했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붕 떠있는 것과 같은 환상에 젖기도 하였다. 염염송송(念念誦誦), 끊어짐 없이 ‘이뭣꼬’를 참구해 나갔다.


이재규/한국전력기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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