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중 ‘이끄는’ 불교 아니라 대중에 ‘맞는’ 불교 돼야”

  • 교계
  • 입력 2022.01.25 16:58
  • 수정 2022.01.26 14:10
  • 호수 1619
  • 댓글 53

‘정토회 만일결사 회향’ 기념 법륜 스님과 특별 대담
1월24일, 서초법당서…법보신문 주관, 김병조씨 진행
만일결사 시작된 배경부터 인상 깊었던 활동가까지
“긍정 토대로 한 비판 있어야 나와 세상 바뀔 수 있어”

​‘만일결사 회향’을 앞두고 1월24일 정토회 서울 서초법당에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만났다. 이날 스님과의 특별대담은 정토회 주최, 법보신문·BBS불교방송·BTN불교TV를 주관으로 열렸으며, 사회는 조선대 특임교수이자 방송인인 김병조씨가 맡았다. 사진=정토회 공보실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운 정토세상을 만들자는 서원으로 1993년 3월7일 시작한 정토회 만일결사가 올해 12월4일 30년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그간 정토회는 만일결사를 중심으로 생태·인권·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해왔다. 정토행자들은 매일 아침 1시간씩 정진을, 하루에 1천원 이상의 보시를, 하루 1가지 이상의 선행을 펼쳐왔고, 1%의 소금이 바다에서 짠 맛을 느끼게 하듯 1%의 정토행자의 마음가짐이면 세상도 정토로 바뀔 수 있다고 발원해 왔다. 2022년 1월 기준, 만일결사의 참여자는 1만2000여명. 여기에 한 번이라도 결사에 참여한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모두 3만명에 이른다. 1월24일 정토회 서울 서초법당에서 만일결사 ‘회향’을 앞두고 있는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만났다. 이날 스님과의 특별대담은 정토회 주최, 법보신문·BBS불교방송·BTN불교TV 주관으로 열렸으며 사회는 조선대 특임교수이자 방송인인 김병조씨가 맡았다. 편집자주

△정토회 만일결사가 올해 12월 마무리된다. 만일결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제가 젊은 시절 존경하던 서암 큰스님을 만나 한국불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저는 ‘불교가 이래서 되겠느냐’ ‘종단이 이래선 안 된다’면서 불평을 이어갔다. 그날 큰스님은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제 말을 묵묵히 듣고만 계셨다. 그리고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아래 조용히 앉아,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요, 그곳이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불교라네’. 스님이 제게 건넨 말씀이 굉장한 충격이었다. 그간 제법이 공하다, 제행이 무상하다 배웠지만, 나야 말로 모양과 형상에만 집착했었다. ‘이게 불교다. 저게 불교다’라고 분별하고 있었다. 큰스님 말씀을 듣고 ‘이것이 불교다’라는 생각을 버렸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졌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무엇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결사 구성원이 대부분 재가자인 것도, 서암 큰스님 가르침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재가중심 결사는 매우 드문 현상아닌가.

“재가중심 결사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암 큰스님의 말씀대로 모양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고, 부처님 법에 동의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공감한 사람이 재가자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재가중심이 됐다.”

사진=정토회 공보실

△만일결사의 첫 번째 천일결사는 스님 혼자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첫 천일결사엔 저만 참여했다. 하지만 혼자 한 것은 아니다. 결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대중들은 기도를 통해 동참했다. 가정생활도, 직장생활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3년은 지켜보면서 서로 방향을 잡아보자고 했다. 천일결사가 끝나자 300명의 동참자들이 생겼고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고맙게 생각한다.”

△평소 정토회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는 ‘스님의 하루’ 즐겨 읽는다. 거의 매일 두북수련원에서 농사일을 하시더라. 그런 강철 체력 비결 무엇인가.

“어떤 기자가 제 스승인 서암 큰스님에게 건강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큰스님은 ‘난 건강이란 걸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웃음). 어릴 적부터 저는 소위 약골이었다. 병치레도 많았다. 바깥에서 바라보니까 하는 일이 많아 보이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제가 2~3시간 잔다고 걱정을 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이 없을 뿐이지 차로 이동하면서 잔다. 나눠서 잘 뿐이다. 또 다 살만하니까 하지 않겠는가. 아파서 심장약도 먹고, 때론 병원도 간다. 다만 아픈 것에 대해 걱정은 별로 안한다. 농사는 운동 삼아서 한다.”

△정토회하면 사회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생태·인권·평화·통일운동을 하는 이유는. 

“가끔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듣는다. ‘스님이 왜 환경운동하세요?’ ‘스님이 왜 평화운동하세요?’ 하지만 저도 숨을 쉬고 살아야 한다. 깨끗한 물을 먹어야 한다. 전쟁이 나면 총을 피할 수 없고 포탄이 떨어지면 다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선 공기도, 물도, 음식도 깨끗해야 한다. 또 전쟁의 긴장과 공포 없이 평화로워야 한다. 그래서 저는 환경,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한다. 저는 그렇게 묻는 대중에게 다시 묻는다. 난 자식이 없어 나만 살다 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신들은 자녀가 있지 않느냐. 이것을 왜 나만 하느냐. 자녀에게 큰 재물을 주는 것이 유산이 아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유산이다. 대중들은 이런 관점에서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공감했고 활동에 동참했다.”

사진=정토회 공보실

△사회참여와 자기수행이 병행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레 바깥 세상에 관심이 생긴다. 자기 괴롭히는 데 에너지 쓰지 말고 세상 이롭게 하는데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우리가 돕는 것은 상대를 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를 위한 일이다. 이 점을 알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사회참여 운동과 자기 수행을 병행할 수 있다.”

△그간 인상적인 활동가가 있었나.

“아주 많았다. 하지만 금방 떠오른 분이 한 분 있다. 만일결사에 참여해 함께 정진하던 분이었는데 이 분이 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나를 찾아왔더라. 그날 내가 농담으로 말했다. ‘우리가 만일결사를 함께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왜 그런 소릴하느냐. 약속 위반이다.’ 그러자 그분이 ‘약속을 지키고 싶은데 몸이 이런걸 어쩌느냐’고 하더라. 그러곤 만일결사의 마지막 기도 동참비까지 선납을 하고 운명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잘못 들으면 ‘스님 돈 밝힌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아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중들의 발심이다.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의리다. 우리가 함께한 약속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한다는 책임감. 이런 것들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스님 저 못살겠다’고 울고불고 했던 사람들이, 이젠 환경과 평화에 앞장선다. 부처님께서 ‘중생은 모두 부처가 될 성품이 있다’고 했던 말씀이 여기서 확인된다.”

사진=고민규 인턴기자

△30년 동안 만일결사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온라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 차례 혼란이 있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엔 동네마다 수행 도량을 만들자. 그래서 그곳에서 누구든지 수행을 할 수 있게 하자. 그렇게 원을 세웠다. 그래서 시군구에다가, 그 다음에 읍면동에까지 법당을 지었다. 200여개 정토법당이 생겨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수행법회, 정토불교대학, 정토경전대학 등 기존 모든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30여년간 법당 조성에 앞장서 온 대중들이니, 법당을 포기하자 했을 때 물론 저항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연인·자식이 죽었는데 사랑한다고 해서 계속 껴안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 어제 오늘까지 공사를 했더라도 내일 용도가 없다면 놓을 줄도 알아야한다고 했다. 대중들도 공감해줬고 이를 받아들였다.”

△지금은 어떤가.

“대중들에게 가끔 물어본다. ‘법당 유지한 게 나았느냐, 온라인 전환이 나았느냐’. 그러면 이젠 온라인 전환이 낫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 한 달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기다리기만 했다. 엄두가 안났다. 컴퓨터 기술도 필요했고 진행할 능력도 있어야 했다. 교육 체계도 회원 체계도 바뀌어야 했다. 이 안건으로 공청회만 130번 정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집 혹은 방을 법당으로 만들자. 내가 구도심을 갖고 명상하고 기도한다면 그곳이 곧 법당이다. 내가 생활하던 공간을 새로운 수행관점으로 바꾸자. 이런 관점에 다들 동의했고, 어려운 변화를 대중들이 이겨내줬다. 이 과정도 정토회 역사에서 커다란 변화라 생각한다.”

사진=정토회 공보실
사진=정토회 공보실

△20년 전부터 해외포교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절에 들어갔다. 대학도 다니질 않았고 유학도 가질 않았다. 당연히 외국에서의 인간관계도 전혀 없었다. 이런 입장인데 제가 어떻게 해외 전법을 하겠는가(웃음). 다만 우연히 ‘세계불교-기독교의 대화’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고, 인류 공동체 붕괴를 주제로 쓸 사람이 없어 그 제안이 돌고 돌고 돌아 제게 왔다. 제가 하루 저녁만에 원고를 급히 썼다. 그렇게 미국을 가게 됐다. 원고 제출이 늦어 발표목록에도 못 들어갔다. 하지만 그날 발표장에서 교민들을 만났고 제게 법문을 해달란 요청이 있었다. 이후 법문을 들은 사람들이 인연이 되고 다시 인연이 돼 유럽으로도 법문을 하러 가게 됐다. 자연스레 교민 포교가 됐다. 처음부터 해외 전법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2014년은 해외로 즉문즉설을 다니셨다. 115일 동안 아시아·태평양·유럽·북미·중남미 등 세계각지를 순회했다. 세계인들도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앞으로 해외 포교 계획은.

“이 좋은 부처님 법을 전 세계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활동 중심을 미국으로 옮기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갈 필요도 없어졌다. 제가 한국에서 말하더라도 미국에서 듣고, 독일에서 질문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 구글 통역도 더 섬세하게 발전된다고 한다. 이런 과학 기술을 활용하면 세계 전법도 가능할 것 같다. 특히 온라인 전환에 큰 혜택을 받은 분들은 해외에 계신 교포님들이다. 앞서 우리가 법당을 지을 땐 교민이 1만명, 2만명, 5만명 이상은 되는 곳이 고려대상이었다. 반면 소도시의 사람들에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이 분들은 법문 한 시간을 듣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내야했다. 굉장히 불편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아프리카든 유럽이든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울릉도든 백령도든 인터넷만 있으면 함께할 수 있다. 온라인 전환으로 소외 지역에 계신 분들이 혜택을 받았다. 반면 연세가 있는 분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전환 피해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정토회 공보실
사진=정토회 공보실

△세상이 대부분 온라인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불교 수행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나.

“정토회에서도 온라인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수행법을 찾고 있다. 초기불교에선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이후 경전이 생기면서 만나지 않아도 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인도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중국이나 한국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다. 다만 문자를 통해 전달이 되니까 가르침이 자연스레 지식화됐다. 철학적 요소가 강조되는 학파도 형성됐다. 이런 폐단을 극복하는 데서 선(禪)불교가 일어났다. 수행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격적으로 감화를 받아야 한다. 선에서도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온라인은 문자와 달리 소통이 가능하다. 거리를 초월해서 동시적으로 법을 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법을 전하는 선불교 전통을 고려한다면 직접 대면이 일부 필요하다. 그래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갈등이 많은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조언해달라.

“우리 필요에 의해 대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맞는 그런 불교가 돼야 한다. 불교가 종교라는 울타리에서 해방돼 국민 전체를 위한 가르침이 돼야 한다. 한국 고찰들은 좋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녔다. 이런 고찰이 전국에 100여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려 시민들과 나누는 게 중요하다. 사찰이 종교적 기능에서 종합적 기능으로 변화해야 한다. 절은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젠 전 인류의 절반 이상이 비종교인이다. 종교인이 50%가 안되고, 여기서 불자의 수는 더 줄어든다. 오늘날은 종교가 없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니 불자만을 대상으로 한정해선 안된다. 이런 관점에서 스님들의 출가 이후 교육도 49재·천도재 등 종교 의식보단 수행 지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행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점은 출가자가 아니라도 괜찮다. 한국 불교를 위해 수행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토회도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제가 30년 전 불교강의를 할 땐 불자들을 전제로 했었다. 잘못된 불교지식을 바로 잡고, 이것이 진짜 불교다라는 것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렇게 녹화된 불교강의가 불자들이 보기엔 감동적인데 요즘 즉문즉설을 통해 오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반응이 차이가 있더라.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부처님 전생 이야기가 낯설 수 있다. 그래서 설법 방식을 바꿔 강의를 새롭게 해보려 한다.”

△강의 내용도 바뀌나.

“바뀐다. 예전엔 ‘종교란 무엇인가’ ‘부처님은 누구인가’ 이렇게 접근했다면 이번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로 접근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괴롭게 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괴로운가. 이런 식이다. 자신의 일상생활로 접근한 후 부처님 가르침으로 정리할 것이다. 오계도 오계라고 가르치지 않고 인간윤리부터 환경윤리까지 확대해 살펴볼 생각이다.”

△즉문즉설과 기존 강의가 결합된 형식인가. 흥미로울 것 같다.

“사회에서 4년 공부하는 것보다 불교 공부 1년하는 것이 훨씬 더 지혜가 생기고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부처님이 현재를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2600여년 전 부처님은 전능한 신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도 아니었다. 인도의 가장 모순적인 면을 해결하고자 그 길을 택했다. 때문에 오늘날 불교도 종교나 철학으로서 불교가 아니라, 사람들을 고뇌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는 불교여야 한다. 또 고뇌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은 거기서 머물러선 안된다. 다른 사람도 고뇌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진=고민규 인턴기자
사진=고민규 인턴기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건가.

“올해 3월 말부터 온라인 생방송으로 강의한다.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번역만 되면 2차 만일결사의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가상현실, 인공지능(AI) 등 세상이 빠르게 변해 혼란스럽다. 이런 시대 세계인들에게 수행 정진이 의미가 있을까.

“세상은 이전부터 늘 빠르게 변화해왔다. 조선시대 말 서구사상이 들어왔을 때, 또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했을 때. 어쩌면 그 시대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큰 변화를 겪었을 수 있다.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세상을 보는 인식 틀이 내게 이해가 되지 않기에 혼란스러운 것이다. 핵심은 인식 틀이다. 세상이 변했으니 나의 인식틀도 바뀌어야 한다.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은 이 틀을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을 제대로 본다면 고정관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변화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미래사회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올해는 유독 중요한 국가 일정이 많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들 걱정도 많다.

“역사를 돌아보면 선거 때마다 사회가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느낀다.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그간의 민주화가 다 허물어질 것 같다. 또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나라를 북한에 가져다 바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갈수록 변화의 진폭은 좁아지고 있다. 복지를 굉장히 많이 하겠다고 해도 예산이 없어서 못할 수 있고, 복지를 안 하겠다고 해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100점을 추구하니까 부족해보이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어떤 선택이 낫겠는가는 자신의 가치관 문제에 달려있다. 전쟁의 위험이 없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평화 정책을 봐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최우선이라면 탄소 중립 등 환경에 관한 정책을 봐야 한다. 사람마다 요구가 다르다. 일률적으로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몇 가지 중요한 가치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분열된 시기 어떻게 하면 평화를 유지하고 국민 복지를 향상시킬지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불자라면 지혜로운 사람이니 감정에 치우치기보단 평정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설 명절을 맞아 불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우선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서 불만이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남편, 부모, 자식은 내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다. 이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만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되 비판적인 시각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선이 있다. 큰 틀에선 나의 삶과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되, 안주하지 말고 모순을 볼 수 있는 비판 의식을 갖길 바란다.”

사진=고민규 인턴기자
사진=고민규 인턴기자

정리=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