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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하나조노 대학 사사키 시즈카 교수

기자명 이자랑

비문-율장 근거한 가설제시 인도불교 교단사 재정립

아쇼카왕 비문 연구…파승 정의 변천 논증

율장 연구 통해 과거 승단 모습 재현


2500여 년 전에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도 전역은 물론, 이를 벗어나 전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오랜 세월동안 불교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존속해 왔으며, 지금은 세계적인 종교로써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대 인도에서 불과 사문 공동체 중 하나로 출발했던 불교가 도대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거대한 세계 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서로 다른 모습을 취하면서도 불교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며 존재했던 역사상의 수많은 승가 공동체들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성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19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시각에서 인도 불교 교단사의 제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는 연구자가 있다. 바로 하나조노(花園) 대학의 사사키 시즈카 교수이다. 필자가 사사키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인도학 불교학 학회에서였다. 막연히 교단사 연구에 뜻을 두고 1992년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이렇다할 획기적인 변화를 겪지 못한 채, 여러 문헌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교단사 관련 전승들 및 이 전승들을 비교 검토하고 있는 기존의 연구들 사이에서 한계를 절감하며 몇 년 동안 방황을 거듭하고 있던 때였다.


기존 교단사 연구 방법서 탈피

한 젊은 학자가 『대사』나 『도사』등의 빨리 연대기에 보이는 제3결집에 관한 새로운 해석과 가설을 제시하는 발표를 들으며, 마치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듯 기존의 어느 연구서에서도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방대한 교단사 자료와 이에 대한 기존의 연구 속에서 절망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사키 교수의 새로운 연구 방법론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과거의 일반적인 교단사 연구 방법론, 즉 여러 문헌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결집이나 부파 분열에 관한 자료들을 주제 별로 모아 서로 비교하고 그로부터 이끌어낸 공통 요소를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 분류하여 이를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는 방법은 사건에 관한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과연 그렇게 얻어진 요소를 역사적인 사실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큰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유명한 사건이나 인물에 관련된 전승일수록 오히려 후대에 각 부파의 입장에서 자신들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점차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사키 교수는 결집이나 부파 분열과 같은 작자의 자의적 개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자료들은 일단 배제하고, 이와 같은 역사적인 사건에 직접 언급하지 않는 자료들의 철저한 조사에 근거하여 먼저 가설을 세우는 방법을 택한다.

이와 같은 방법론에 기초하여 사사키 교수는 인도 불교 교단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가는데, 그 성과가 가장 돋보이는 저술이 2000년에 출판한 『インド佛敎變移論 - なぜ佛敎は多樣化したのか』(인도 불교 변이론 - 왜 불교는 다양화했는가?)이다. 1989년 아쇼카왕의 파승(破僧) 비문에 관한 연구로 시작된 10여 년에 걸친 일련의 파승 관련 논문들을 모아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하고, 이를 출판한 것이다. 사사키 교수는 아쇼까왕의 파승 비문과 대중부의 『마하승기율』에 보이는 파승 방지에 관한 기술이 대응하는 것을 발견, 제 율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파승의 정의를 고찰한다. 그 결과 제 율에 따라 파법륜승(cakrabheda)과 파갈마승(karmabheda)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파승 정의가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게 된다. 파법륜승은‘불설에 위반되는 의견을 주장하는 자가 독자의 그룹을 형성하는 것’이며, 파갈마승은‘승단 내에서 따로 따로 포살 등의 승단 행사를 집행하는 것’이다. 그는 제 율에 근거하여 원래 파법륜승이었던 파승의 정의가 파갈마승으로 전환해 갔을 가능성을 논증한다.

사사키 교수에 의하면, 아쇼까 왕 시대에 발생한 어떤 획기적인 사건을 계기로 파법륜승에서 파갈마승으로 파승의 정의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불교 교단의 운영 형태에도 영향을 미쳐, 그 이전까지는 자신들과 다른 교리를 설하는 집단은 파승 집단이라고 여겨 비난하였으나, 파승 정의가 파갈마승으로 전환하게되면 교리는 달라도 승단 행사를 함께 하는 한 모든 집단을 불교 승단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파갈마승에 의하면 의견이 다른 자라도 포살이나 갈마 등 승가의 행사를 함께 행하는 한 서로를 불교도로서 인정해야만 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이설(異說)을 주장하는 자들끼리도 공주(共住)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아쇼까왕 시대에 발생한 이 파승 정의의 전환을 계기로 불교 교단에서는 불설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교의의 다양화를 용인하는 현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즉 불교의 역사상 등장했던 그 많은 형태의 승가 공동체가 모두 불교라는 이름으로 포용될 수 있었던 것은, 아쇼카 왕 시대에 발생한 파승 정의의 전환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불교 율 수용문제도 관심

사사키 교수는 비문과 율장의 검토에 근거하여 세워진 이와 같은 가설을, 결집이나 부파 분열과 같은 교단사 관련 전승이나 그 외의 여러 자료들에 비추어 재검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의 검토를 통해 한 단계씩 자신의 이론을 더욱 더 확고하게 만들어 가는 사사키 교수의 논문을 통하여, 분명 인도 불교의 역사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또한 1999년에 출판한 『出家とはなにか』(출가란 무엇인가?)라는 저작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사키 교수의 연구는 율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그의 연구들을 통하여 우리는 율장이 단순히 출가자의 행동이나 생활을 규정한 딱딱하고 어려운 문헌이 아니라, 놀라운 역사상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자료임을 실감하게 된다. 율장에 근거하여 올바른 역사를 재현해 냄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불교 승단, 그리고 앞으로의 불교 승단이 지향해야 할 바를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사키 교수는 대승불교의 기원 해명 및 현대불교에서 율의 수용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율장속에서 절묘하고도 예리한 시각으로 역사를 더듬어 내었던 것처럼, 머지않아 그가 또 다시 불교사의 상식을 뒤엎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하며 나타날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이자랑/동국대 강사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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