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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위한 기초 수행법 만들자

기자명 지운 스님
남방의 위파사나와 북방 간화선의 위상을 정립하자면 남방 위파사나는 간화선 수행을 하기 위한 하부구조나 기본 수행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 명료하게 말 할 수 있다. 남방 위파사나의 최종은 ‘아라한과’를 증득 하기 위한 것이며 이 경지는 대승불교의 십지 가운데 초지에 해당된다. 간화선은 십지를 넘어선 ‘불지의 경계’를 그러니까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이다.

그런데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대승불교의 수행론과 간화선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 결부시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승불교에서 부처 되는 과정은 삼아승지겁이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행 시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간화선은 ‘일초직입여래지’라고 하여 단번에 불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승불교의 수행차제와 간화선의 수행시간이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교리적 배경보다는 수행 방편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티베트 불교에서도 교리학상 ‘삼아승지겁’이 걸린다고 하면서도 비밀불교수행에서는 ‘즉신성불’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즉 한 생에 부처가 되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간화선이 ‘힌두화 되어 간다’는 일부의 비판도 알고 보면 교리적 배경을 모르는데서 오는 이해 부족이라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불성을 실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보성론에서는 불성은 ‘무아’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용어선택이나 변천은 그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초기불교에서는 오온이 무아임을 설하지만 대승반야에서는 오온공, 여래장에서는 ‘오온 법신’으로 각각 설하고 있다. 그래서 시대가 바뀌고 교리 용어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 실체는 변하지 않음을 갈파해야 한다. 선가에서 쓰는 진아(眞我)라는 말이 힌두교의 ‘진아’와 그 용어가 같다고 해서 그 교리적 배경이 ‘같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힌두교의 범아일여의 아(자아)가 아트만인데 이를 진아로 변역하여 쓰는 배경에는 ‘범’(브라흐만)이라는 신과 하나 되는 데에 있다. 왜 하나로 일치시키려고 하는가하면 브라흐만이란 신(神)의 속성이 유(有)이기 때문이다.

물론 힌두교에서도 육체에는 개체의 자아가 없음을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을 실체화하여 진아 또는 흐라흐만 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인도 사회도 이러한 아트만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카스트라는 사성계급이 그대로 있고 직업으로 분류할 때는 계급의 편차가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의 교리적 배경을 들여다보면 간화선이 힌두화 되고 있다는 비판은 사실 교리적 배경을 전혀 모르는데서 일어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간화선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그 다음의 원인으로는 ‘그 동안 화두선에 비견될 수 있는 수행법이 없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이는 외부적인 자극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남방 위파사나나 그 밖의 여러 수행법이 나오므로서 간화선에 대한 새로운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간화선이 최상승선이라고 막연하게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떠 어떠 해서 최상승선이다라고 말해야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수행 도량 곳곳에서는 ‘간화선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간화선을 하기 위한 기본 수행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십 년 전 미얀마에 갔더니 간화선을 ‘사마타라고 하여 깨달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비판의 원인은 간화선을 하기 위한 기본 수행법이 없기 때문이며 간화선의 깊이와 넓이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기우이다.


지운 스님/전 송광사 강원 강주

bhud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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