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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의 『원효사상』

기자명 윤창화
  • 불서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원효’ 살리며 고전연구 새 지평 열어

소설 속 주인공 원효 스님 한국 사상사 정상에 올려

40대 중반의 이기영 박사 학계-언론계의 별이 돼


소설의 범주에서 맴돌고 있던 원효를 최초로 학문적으로 연구하여 한국사상사의 정상에 올려놓은 책이 이기영(李箕永, 1922~1996) 박사의 『원효사상』(1967)이다.

이 책은 원효의 대표작인 『대승기신론소별기』를 철학적으로 분석, 연구한 것으로 그(원효)의 저작과 사상에 대한 본격적 연구서인 동시에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신(新)지평을 연 명저이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여러 문헌과 연구서를 폭넓게 인용하여 원효사상을 현대 철학적 논리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원효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가 없진 않았지만, 이 책처럼 대담하게 원효를 분석, 연구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물론 지금도 없지만). 특히 과감한 의역과 명쾌한 설명 그리고 뛰어난 통찰력과 간결한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원효사상 연구는 물론 불교학 연구사를 통틀어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전무후무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독자를 압도하고 있다. “어떠한 동기에서든지 이 책을 손에 쥐고 그 첫 장을 펴는 여러분께 두 손을 모아 머리를 숙입니다. 이 작은 책자를 사이에 두고 여러분과 같이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무한히 기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라고.

그야말로 겸손과 엄숙, 환희가 가슴 깊이 파고드는 대목이다. 동시에 이 글은 독자로 하여금 감히 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숙명 같은 명제를 던져 주고 있다.

원효 입적 후 정신병자처럼 ‘불립문자’를 주장한 한국 선불교의 안중에는 사실 원효는 존재하지 않았다. 원효는 산성(散聖, 傍系)이었다. 신라와 고려 그리고 조선도 망해버리고 일제치하인 1917년에 가서야 한국사상을 연구했던 장도빈(張道斌) 선생에 의해 『위인 원효』가 나오고, 육당이 『조선불교』(1930)에서 원효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춘원이 매일신보에 소설 『원효대사』를 연재(1942)하면서 비로소 세인들은 원효의 사상과 인간상에 대하여 애모의 눈동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초점은 민족성(뿌리)과 단결(통일, 통불교)이었다. 그러나 어째서 원효가 위대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별로 없었다.

1967년 인도철학을 전공했던 이기영 박사에 의해 『원효사상』이 출간되자 불교계와 학계는 깜짝 놀랐다. 고전에 대한 철학적 분석력도 뛰어났지만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색다른 해석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정열적인 원효사랑에 의하여 비로소 원효는 불교계를 벗어나 한국사상이라는 대하(大河)의 중심부를 관통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세계 정신사의 한 줄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40대 중반의 저자 이기영 박사도 일약 학계와 언론계의 별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출판 다음해인 1968년부터 70년까지 3년 사이에 연달아 서울시 문화상, 한국일보 주최 ‘60년대 양서 18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선정 ‘해방 25년 한국의 10대 명저’, 한국도서관협회 ’우량도서’ 등을 휩쓸면서 해방 후 불교 책으로는 유일하게 명저의 대열에 올랐다.

그러나 인간사 언제나 그러하듯 질투의 여신은 그를 영광 속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야망에 찬 몇몇 교수들과 학생들은 『원효사상』의 저자 이기영 박사를 카톨릭 신자라는 멍에를 씌워 강단에서 내몰았다. 훗날 복직되긴 했지만, 글쎄 원효 연구자를 이교도인이라고 내몰았으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67년 원음각 발행, 신국판 510쪽. 그의 나이 45세 때 저작이다.


윤창화<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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