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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재 상업화 ‘度’ 넘었다

기자명 남배현
  • 교계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불교계, 천도재 이상열기 49재-백중절 행사 옛말

“사찰재정 도움”다퉈유치

상업화 지속땐‘암초’로


“여기는 경상도 ○○사인데요, 조상 천도재 한번 지내시지요.”
“천도재요.…그런데 요즈음 절에서는 천도재 영업(?)도 합니까? 천도재는 조상의 천도를 기원하기 위해 정성껏 봉행하는 의식 아닌가요.”

‘천도재’를 통해 가람을 크게 일으킨 경상도 어느 사찰의 전화 상담자로부터 천도재 강요 전화를 받은 서울의 한 불자가 천도재의 상업화, 세속화를 개탄하며 던진 뼈있는 말이다.<법보신문>에 전화를 해 천도재 전화 마케팅에 대해 제보한 이 불자는 “천도재에 담긴 뜻이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그 천도재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찰의 태도는 분명 정법과는 거리가 멀다”며 씁쓸해 했다.

이 불자가 지적한 대로 청정한 승가에 대중 공양을 올려 복덕을 짓고 그 청정한 승가의 기도-정진력에 힘입어 비로소 망자(亡者 죽은 자)가 극락왕생 할 수 있기를 발원하는 천도재는 뜻 깊은 불교 의식 중 하나이다. 망자의 가족이 망자를 대신해 일반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법석을 펼치고 망자뿐만 아니라 유주 무주의 고혼이 함께 천도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보살행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찰에서 봉행하는 천도재는 한 마디로 상업, 세속, 대형화 경향이 뚜렷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이 생을 마감했을 때 그 가족이 49일간 망자의 천도를 위해 49재를 한 차례 봉행하거나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을 맞아 지내는 조상 천도재, 윤년마다 여러 불자들이 합동으로 지내는 생전 예수재 등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즈음 일부 사찰들은 일년 내내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천도재를 봉행하는 것이야 무슨 문제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찰들이 경내에 별도로 천도재 전담 사무소를 개설하고 49재를 봉행할 불자를 모집하기 위해 전화 상담자를 배치해 ‘천도재를 봉행하라’며 호객 행위를 하는 등 천도재와 관련한 영업 행위를 일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다 많은 불자들이 천도재에 동참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여행 업체와 손잡고 친절하게 고객(?)을 위한 전용 버스까지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라니 선업을 짓는 법석인 천도재의 본디 의미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퇴색된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천도재의 상업, 세속화를 부추기는 사찰들은 천도재를 상품화하면서 그 비용 역시 서민들로서는 지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올려놓았다. 천도재 상업화에 앞장서는 사찰에서 불자들이 먼저 가신 조상을 위해 별도로 49재를 지내려면 적어도 1000만원은 있어야 가능하다.

마구잡이로 호객 행위를 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나 더 큰 문제는 무속적인 의미가 담긴 제사나 의식이 천도재의 또 다른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권의 한 사찰에서는 영가가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다른 서울의 한 사찰에선 영가 결혼식을 올린다며 동참을 권유하는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천도재로 인한 수입에 현혹돼 불교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우리의 모습은 달콤한 꿀맛에 빠져 고통을 깨닫지 못하는 나그네 이야기를 그린 안수정등의 교훈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천도재의 급속한 상업화를 고려할 때 사찰이 곧 죽은 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급하게 변할 것이라는 어느 스님의 걱정이 기우만은 아닌 듯 하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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