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모든 형태를 거부하고 오로지 선을 긋고 점을 찍는 필획의 반복적 행위로 정신수행의 길을 전해온 법관 스님이 ‘선’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서울 학고재 갤러리는 5월1일까지 ‘법관: 선禪2022’를 연다. 법관 스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대상을 선과 점으로 상징화해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눈에 보기에는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다른, 같음과 다름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변주와도 같다.
선과 선은 면이 되고 다시 점을 낳는다. 똑같은 형태의 면이나 점이 하나도 없는 이유다. 가로와 세로로 겹쳐진 무수한 선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화면 위에 공존한다. 앞서 그려진 선들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그 위에 다시 새로운 선들이 자리를 잡는다. 이 선들의 공존은 융화의 세계를 이루며, 세계는 다시 반복되기를 그치지 않는다.
선(禪)의 세계를 추구하는 법관 스님은 수행의 방편으로 그림을 택했고 그림은 이제 삶 자체가 됐다. 오랜 수행으로 나온 작품이지만 종교적인 색채는 드러내지 않는다. 스님이 작품을 할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은 종교성이다.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가장 법관 다운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법관 스님이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선’ 연작 42점을 만날 수 있다. 직접 빚은 다완과 족자 그림도 볼 수 있다.
학고재는 “법관 스님의 작업은 ‘선’의 세계와 수행에서 얻은 정신을 현대적 조형 감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작업”이라며 “다채로운 색상과 크기의 작품을 선별해 법관 스님의 작품세계 정수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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