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마는 왜 모른다고 했나요?

기자명 현웅 스님

“마음세계 끊긴 세계의 우회적 표현”

Q: 달마대사는 양 황제가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에 왜 모른다고 대답했나요?

A: 망상이나 욕심으로 이룬 것은 하룻밤의 꿈처럼 진짜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클수록 고통은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더 이상 깨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의 것들은 이루어 놓으면 부서지기 마련이고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400여년 전에 보리달마가 선을 가르치기 위해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가 막상 중국에 도착한 뒤 서서히 그에 대한 소문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자 양나라 무제가 그를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양무제는 중국에서 많은 절을 세우고 승려들을 후원하는 등 불교를 위해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달마의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갔던 것입니다. 그가 보리달마를 만나 말하기를 “나는 양나라 황제이다. 내가 많은 절을 세우고 승려들을 후원하고 불교를 위해 좋은 일들을 많이 했는데 나의 공은 얼마인가?”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달마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말은 들은 양무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내가 공이 없는가?”라고 다시 묻자 보리 달마는“이 세상에 있는 것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고 내 마음이 있어야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이 없으면 있는 줄 모른다”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버클리에서 살고 있지만 꿈속에서는 버클리에 살고 있는지 안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곳이 버클리인지 아는 것입니다. 자기의 남편이나 부인도 자기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부인인지 남편인지 알지만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는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것은 일어났다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일어났다가 없어지는 것이 마음인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나? 그것을 망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리달마가 양 무제에게 무(無)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양무제가 다시 “그러면 무엇이 공덕이오?”라고 묻자 달마는 “인간의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양무제는 아주 어려운 듯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양무제가 “그러면 내 앞에 있는 당신은 누구요?”라고 하자 보리 달마는 “나도 모르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모른다는 말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모르는 그런 모른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 안에 있는 진리의 성질을 경험한 사람만이 표현해 내는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들의 생각의 길, 마음의 길이 끊어졌을 때만이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럴 때 우리들의 마음은 거울처럼 맑아져 있어서 산도 비추고 집도 비추고 아름다움과 추함도 비추게 되지만 거울에는 그런 것이 비추어 질뿐이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를 않습니다. 그것이 진리의 성질이고 선의 성질입니다. 그래서 번뇌 망상이 일어나지만 번뇌 망상이 진짜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번뇌 망상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운 것입니다.


현웅 스님/미국 버클리 육조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