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記 연구 수면 위로 떠오르다
私記 연구 수면 위로 떠오르다
  • 권오영
  • 승인 2004.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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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엄학림, 『십지품 사기』이어 『현담사기』발간

현존 사기류 재정리… “경학 연구 맥 잇겠다”


조선 중기 이후 한국불교학 발달의 중요한 결실로 평가받았지만 후학들의 무관심과 판독 능력 부족으로 소실돼 가던 사기(私記)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과 봉선사 능엄학림은 2002년 3월 『화엄십지품 삼가본사기(華嚴十地品 三家本私記)』를 출판한 데 이어 최근 『화엄청량소초현담기(華嚴淸凉疏 懸談記)』를 발간했다. 『화엄청량소초현담기』는 동국대 역경원장 월운 스님이 10여 년 간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능엄학림 학인들과 함께 복사한 원본 사기와 정서(淨書)한 사기를 대조하면서 논강을 통해 재정리한 것이다.

『현담사기』는 화엄의 현담 부분을 풀이한 것으로 이는 화엄 사상에 탁월했던 청량국사 징관 스님이 『화엄경소초』를 발간할 당시 본문에 들어가기 전 화엄경 전체의 대의(大義)를 소개한 여덟 권 분량의 책이다. 일종의 해석서인 셈이다.


현존 사기 54종 93권

사기는 전통강원에서 전통적으로 강론해 온 사집, 사교, 대교과의 과목 전반에 걸쳐 자구(字句)상·해석(解釋)상 문제되는 부분을 풀어 밝힌 주석서로 조선후기 이후 강원 강사 스님들을 중심으로 후학을 지도하기 위해 다수 제작돼 왔다. 특히 사기는 저자의 경전 이해에 대한 독창성과 저자의 사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어 ‘한국불전의 꽃’, ‘교학 연구의 축적물’ 등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현재까지 동국대 도서관, 담양 용화사, 선암사 등에 분산 보관 중인 사기는 54종 93권.〈표 참조〉 종류별로는 화엄사기류가 27종 50권으로 가장 많으며 원각경류가 7종 13권, 금강경류가 7종 10권, 능엄경류가 1종 4권, 법화경류가 1종 4권, 기타 11종 12권 등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사기가 강원에서 전강(傳講)시 후학들에게 개인적으로 물려졌던 관행에 비춰본다면 이보다 많은 사기류가 현존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기가 판본 된 것이 아니라 필사본으로 전승돼 왔고 초서(草書)로 작성돼 판독하는데 식견이 필요하고 문장 해독에 남다른 실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오늘날 후학들로부터 외면당해 왔다. 또 현대 강원에서조차 사기는 더 이상 참고자료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최근 봉선사 능엄학림을 중심으로 사기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능엄학림은 현재 존재하는 사기류를 재정리해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교학적 자산을 후학들을 위해 새롭게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통적 교학 연구 방법인 사기가 전승되기 위해서는 종단차원의 지원과 사기를 연구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종단차원 지원 확대돼야”

월운 스님은 “사기는 우리 선조들이 경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작성했던 것”이라며 “만약 사기에 대한 연구가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불교를 이끌어 온 경학에 대한 맥이 단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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