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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비엔나대 엘리프랑코 교수

기자명 강성용

쁘라마나 전통 연구 … 불교 인식론-논리학 체계화

엘리 프랑코(Eli Franco)는 1953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인도철학, 불교 인식론 분야에 업적을 남기고 있는 학자이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분야의 성격상 아직도 젊은 학자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업들과 계속 수행해 나가고 있는 작업들의 무게는 결코 젊은 학자의 가벼운 것들은 아니다. 드물게 이스라엘 출신의 학자이며 또 세계 인도학계에서는 불교철학 내지는 인도철학이 주 관심 분야이면서도 문헌학적인 엄밀성을 갖춘 작업을 내고 있는 흔하지 않은 학자이다. 인도불교, 그 중에서도 불교의 인식론이나 논리학적인 전통이라 할 수 있을 쁘라마나 전통을 주된 연구분야로 삼고 있는 까닭에 이러한 특별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비교철학적 지평과 사고의 명쾌함 그리고 문헌학적 철저함이 그의 작업을 특징짓고 있기에 필자는 그를 한국의 식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사뭇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스라엘 출신 불교학자

고향 이스라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학교를 다닐 때에는 이스라엘에서 유럽중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며 유태인들의 문화와 역사를 주로 배웠던 그는 어릴 때 역사나 철학보다는 수학이나 물리에 관심이 있던 학생이었다. 1967년의 6일 전쟁 등 격동적인 역사적 상황을 겪으면서 그는 사회, 정치적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평화운동에 가담하면서 인문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산과 분배에 대한 고전적 좌파의 주장을 할 필요도 없이 단지 평화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좌파로 취급되던 분위기 속에서 그가 철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였던 결단이 갖는 의미를 분단된 한국의 현실에 사는 우리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필자에게는 없지 않다.

텔아비브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엘리 프랑코는 샤프쉬타인(Scharfstein)의 비교철학강좌를 통해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도철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맨 처음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인 관심은 그의 작업들에 끝까지 남게 된다. 그 당시 이스라엘에서 배울 수 없었던 산스크리트어을 독학하며 그는 인도학의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 당시에 시작한 인도학과 불교학 공부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알았더라면 아마 다른 분야를 전공으로 택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특유의 솔직함과 느긋함을 지닌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게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도학자와 불교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그는 단연 불교학에서는 슈미트하우젠(Schmithausen)을 그리고 인도학에서는 할브파스(Halbfass)를 꼽는다. 이 두 대가들 모두 그에게는 직접적인 스승의 역할을 한 사람들이기도 한데, 이 두 사람의 전통에 선 그가 엄밀하고도 비판적인 문헌학의 전통에 서서 작업을 하는 학자임을 우리는 쉽게 알아 챌 수 있다. 학커(Hacker)와 프라우발너(Frauwallner)에게서 사사한 슈미트하우젠이 인도학자이자 훌륭한 불교학자임을 생각해 보고, 또 독일 괴팅엔 대학에서 원래는 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부전공으로 발트슈미트(Waldschmidt)에게 인도학을 배운 할브파스가 훌륭한 인도학자이자 비교철학자임을 생각해 본다면 엘리 프랑코가 어떠한 학맥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엘리 프랑코가 슈미트하우젠에게서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직접 사사하였고 할브파스와는 독일, 이스라엘 등지에서 함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 이외에도 그의 학문세계를 열어가도록 해 주었던 많은 스승들이 있었다. 그가 거쳤던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의 배움의 길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그 후에는 호주와 이스라엘 그리고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강의를 하였을 뿐 아니라 두루 학자들을 만나고 또 많은 연구활동을 하였다.


범어 독학…인도불교학 전공

긴 배움의 과정에서 그가 만들어낸 문헌학적인 탄탄한 기초는 그의 작업들이 어느 한 분야나 어느 한 문헌에 대한 연구에 국한되지 않으며 또한 일차자료에 기초한 생산적인 연구들이 주종을 이루도록 해 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좋은 예는 그가 가장 최근에 끝낸 쉬핏쩌(Spitzer)수고들에 대한 연구이다. 좬쉬피쩌수고 - 산스크리트어로 된 가장 오래된 철학적인 수고들좭이라는 머지 않아 출판될 책의 제목이 이야기해 주듯이 그는 문헌학에 기반한 철학적 연구작업에 전념하는 학자이다.

불교학자로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대개 그의 달마끼르띠에 대한 저술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지적 출발점은 보편성을 지향하는 철학적 관심임을 우리는 그의 작업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재미있게도 그의 학사학위 논문는 용수와 장자 그리고 섹투스 엠피리쿠스에 대한 비교였다. 그의 이러한 보편 철학적 관심은 그가 후에 이루어 내는 작업들에 계속되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그 근간을 이룬 자야라쉬에 대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그의 연구가 출판될 때까지 제대로 연구되고 있지 못했던 인도의 회의론전통을 대표할 수 있는 자야라쉬에 대한 연구는 이해하기 난해한 저술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필자의 노력과 또한 동시에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조망을 놓치지 않는 필자의 살아있는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 문헌에서도 수없이 언급되고 또한 많은 인도철학 개설서들에도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며 언급되면서도 실제적인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하였던 인도의 유물론, 회의론 전통에 대한 연구의 본격적인 성과를 보여준 작업이었다. 자야라쉬의 저술이 내용상 절반 정도 불교 인식론, 주로 딕나가와 달마끼르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어서 그의 관심이 초기부터 불교 인식론과 논리학 전통에 닿아 있었음은 의심할 바가 없다.


슈미트하우젠-할브파스서 사사

후에 페터(T. Vetter)의 저술에 대한 서평이 계기가 되어 그는 본격적으로 달마끼르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그의 저술에서 인식론이란 종교적 배경과 무관하게 연구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입장을 다시 한번 보여주게 된다. 달마끼르띠에 대한 작업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는 그가 학자로서 항상 지녀왔던 종교와 논리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며 따라서 그의 작업은 그가 가진 비교철학에 대한 이해의 지평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적 발전과정을 무시한 채 이루어지는 비교철학적 접근들이 갖지 못하는 해석학적 깊이까지도 겸비한 비교철학적 작업을 지향하는 그의 작업은 또한 후대의 학자들에게는 더욱 발전된 연구를 가능하게 할 생산적인 연구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북경에 보관되어 있는 원본 수고들이 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개방된다면 문헌학적 역량과 이론적 해석능력을 갖춘 엘리 프랑코와 같은 학자들이 그러한 자료를 기반으로 펼쳐나갈 연구가 다시 한번 세계 불교학 연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대학에서 인도학과 불교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2004년 4월부터는 독일의 유서 깊은 대학인 라이프찌히 대학의 인도학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강성용/서울대 강사

kanginkorea@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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