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불교는 카멜레온?

기자명 심정섭

외국서는 ‘새 불교’표방, 국내선 ‘민족종교’행세

교계 안이한 대응이 자초

스스로 정체성 분명히 해야


‘새 불교(New Buddhism)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국내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원불교가 세계불교도우의회(WFB) 등 세계 각국의 불교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래의 불교’ 혹은 ‘혁신불교’를 강조하면서 즐겨 내세우는 표현이다. 때문에 해외의 불교지도자들은 한국불교계에 ‘새 불교’라는 종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원불교는 내부적으로 불교의 한 종파가 아니라 “새 주세불인 ‘소태산 대종사’에 의해 종파불교의 맹점을 뛰어 넘어 일체생령의 구원을 목적으로 개교한 새 불교”라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해 교학 체계를 세웠으나 기존의 불교가 아니라 새로운 불교, 즉 ‘새로운 종교’라는 설명이다.

원불교 교단이 이미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같이 밝혔듯이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을 교조로 받들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종교일 뿐, 분명히 불교는 아니다. 교주가 부처님이 아니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불교를 불교의 한 종파로 오해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적지 않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여기에는 불교와 국내에서 자생한 신흥민족종교 사이를 오가며 정체성을 모호하게 가져온 원불교의 이중적 행보가 자리잡고 있다. 또 교단 이름에 불교를 붙여 사용하고 있음에도 20세기 초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신흥종교 가운데 하나로만 치부, 불교의 이미지를 활용한 발전가능성과 성장동력을 가벼이 본 불교계의 안이한 대응도 이러한 오해를 정설처럼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원불교는 국내에선 여러 경로를 통해 새 불교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교조 소태산에 의한 교단의 성립 배경과 활동 역량을 홍보해왔고, 자립경제기반 구축과 사회봉사활동 확대를 통해 이른바 ‘신선한 교단상’을 정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새 불교를 주창하며 불교적 이미지를 앞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와 다른 민족 종교임을 내세우며 세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원불교의 불교 색채를 띤 대표적 행보는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활동이다. 원불교는 불교종단협의회에 참여했던 70년대에 종단협 회원종단 자격으로 얻은 세계불교도우의회 지부 자격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까지 세계 각국의 불교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 한국대표(?)로 참석해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2002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22차 대회에서 조계종의 등장으로 상임이사 자리에서 사실상 밀려났고, ‘원불교는 국내에서 불교가 아니라 민족종교를 표방하고 있다’는 국내 불교계 지부의 이의 제기에 따라 세계불교도우의회청년회(WFBY)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신흥종교이면서 불교종단인 듯 활동한 대표적 사례다. 반면 국내에선 민족종교들과 연대의 틀을 갖추고 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에 참여해 천도교·대종교·수운교·증산법종교 등과 함께 민족종교지도자대회나 민족종교 청·장년수련대회에 참가하며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신흥종교의 대표주자 위치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원불교의 이중적 태도를 국내외에서 접하고 있는 교계에는 “이제 원불교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라는 여론이 점증하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