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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지식인들의 두 얼굴

기자명 주영미
  • 교계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한때 수많은 불자를, 아니 전 국민의 가슴을 울린 도롱뇽 한 마리가 있었다. 내원사 산감 지율 스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하며 “도롱뇽을 살려 달라” 외쳤고 16만여 명에 달하는 불자와 국민들이 이 외침에 구름같이 모여들어 ‘도롱뇽의 친구 되기’를 자청했다.

오랜 단식으로 까맣게 오그라든 지율 스님과 스님을 지지하는 이 시대 지성들의 사진은 연일 신문을 장식했다.

그러나 2월 20일 울산지법에서 열린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 금지 가처분 최종 심리, 일명 ‘도롱뇽 재판’에서는 그 의기 당당하던 지성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천성산 관통의 부당함을 주장해줄 ‘참고인’으로 나서길 한결 같이 꺼려했기 때문이다. 4차에 걸친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원고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나선 참고인은 녹색연합의 활동가 단 한명 뿐이었다. 도롱뇽 소송인단은 그 사이 20여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0만명 가운데 단 한명. 이야 말로 경이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원고 측이 참고인으로 모시고자했던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안노선 검토위원회에서 대안 노선 채택을 주장하거나 천성산 관통의 문제점을 주제로 논문을 쓴 지식인-지도층 인사들이었다. 천성산을 살리자고 도롱뇽을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를 규탄했던 그 지식인들의 외침은 오직 퍼포먼스와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만 존재했던 것인가.

천성산 재판의 최종 심리는 2월 27일로 또 다시 연기됐다. 그러나 여전히 원고인 도롱뇽의 친구들 측에서는 재판정에서 천성산 관통의 부당함을 주장해줄 참고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국가 정책의 안일함을 규탄하고 환경 보호의 대의를 가르쳤던 이들이 보여 준 이중적이고 나약한 모습이 굳이 씁쓸한 것은 법정을 나서는 지율 스님의 모습이 더욱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나약한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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