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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은 어떻게 생겼나요?

기자명 현웅 스님
Q: 선(禪)에서는 우리가 본래 부처라고 합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신은 네 안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번뇌망상 속에서 시달리고 살아야 합니까?

A: 부처님의 가르침은 번뇌를 없앤 뒤에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번뇌 속에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은 번뇌를 없애버리고 공부하려 하지만 더 큰 혼란만 맞게 됩니다. 요즈음 사람뿐만 아니라 부처님 당시 사람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원죄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신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신이 만들었으면 ‘왜 원죄도 만들었을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냅니다.

신이라는 것은 진리와 사랑 그리고 지혜인데 왜 신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번뇌 망상과 우울증 등도 만들어 근심 걱정 속에 살게 만들었을까? 신은 진리고 사랑인데 왜 원죄를 만들어 근심걱정 하게 하는가? 누구든지 인생을 생각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반 종교 이론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많습니다. 성자들이 깨달아서 진리를 표현한 말은 맞지만 그러나 그 뒤에 사람이 만든 종교와 성자들의 가르친 것과는 다른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다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능엄경』에 보면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왜 중생이 생겼느냐 여쭙는 대목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갑자기 생기듯이 홀연히 생겼다. 누가 만든 것이 아니고 그냥 갑자기 구름이 생기듯이 생겼다. 중생이 생긴 것이 그와 같다.”

이 말씀을 듣자 모든 사람의 생각은 끊어졌습니다.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누가 주는 것도 아니니 불평할 데도 없던 겁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누가 만들었다는 말을 안 합니다. 그냥 하늘에 구름이 생기듯이 나타난 것이니 누구 책임도 아닙니다.

이것만 듣고 돌아보아도 우리들의 마음은 벌써 생각이 줄어들면서 명상상태로 들어갑니다. 다만, 구름이 생긴 뒤부터 인과에 의해서 오고 감이 생긴 것이니 자기가 깨달아야 합니다. 깨닫고 보면 사람의 본래 본성은 푸른 하늘이고, 구름은 그냥 지나가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본성을 보는데 있어서는 다양한 수행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간화선을 통해 본래면목을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도 부처님이 설한 팔정도와 연기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도 무작정 화두만을 들고 앉아 있기보다는 불교의 ‘공’과 연기 사이에 어떤 의미기 담겨 있는지를 갈파하며 수행정진해야 합니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구름에 집착해 떠다닐 뿐입니다. 그것이 바로 윤회인 것입니다. 푸른 하늘을 등지고 집착 속에 살면 고통만 더할 뿐입니다. 우리가 깨닫게 되면 분명 구름은 지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텅비어서 푸른 하늘처럼 구속이 없는 세계에서 살게됩니다. 이것이 해탈이고 번뇌망상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입니다.


현웅 스님/미국 버클리 육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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