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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다르지 않은 예수의 진짜 가르침

  • 불서
  • 입력 2022.05.08 12:51
  • 호수 1632
  • 댓글 0

살아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
오강남 풀이 / 김영사
560쪽 / 2만2000원

‘도마복음’엔 종말·최후의 심판 등
신약성경과 전혀 다른 내용 다뤄
‘내 안의 천국 찾으라’는 가르침 
믿음 넘어서 ‘혜안’으로 풀어내

1945년 12월, 이집트 북구 나그함마디 땅속에서 발견된 13뭉치의 파피루스 문서는 그동안 믿어왔던 기독교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52종의 파피루스 문서 속에는 현재의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예수의 잃어버린 가르침이 고대 이집트 언어인 콥트어로 남겨져 있었다. 특히 그 안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은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114절의 ‘도마복음’에는 신약성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의 심판, 대속 등의 내용이 전혀 없다. 오히려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말하고 이것을 깨침으로써 새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믿음, 소망, 사랑 외에도 깨달음, 즉 회개를 통한 마음의 변화, 바른 앎을 통한 존재의 거듭남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분 앞에 있는 것을 깨달으십시오. 그러면 감추어졌던 것이 여러분에게 드러날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도마복음’ 제5절)

“나는 모든 것 위에 있는 빛입니다. 내가 모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 나왔고,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통나무를 쪼개십시오.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돌을 드십시오. 거기서 나를 볼 것입니다.” (‘도마복음’ 제77절)

“하느님의 나라는 여러분 안에 있고, 또 여러분 밖에 있습니다.” (‘도마복음’ 제3절)

‘예수천국 불교지옥’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신은 초월적인 곳에 존재하고, 성경의 구절은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게 그대로 믿어야 하며, 지독히도 내세지향적인 현재의 기독교를 생각하면 ‘도마복음’ 속 가르침은 거의 혁명적이다. ‘도마복음’에는 예수의 출생이나 활동 등 행적은 말할 것도 없고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언급도 없다.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깨달음을 통해 내 속에 있는 천국, 내 속에 있는 하느님, 내 속에 있는 진정한 나를 발견함으로써 자유와 해방을 얻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라는 가르침이다. 특히 문자적으로 읽지 말고 해석을 잘 하라는 ‘도마복음’의 서두에 쓰인 당부의 말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꼭 달을 보라’는 선불교에서의 화두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기독교의 이런 가르침이 지금껏 잊힌 것은 서기 325년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 때문이었다. 분열된 교회를 통일하고자 마련된 회의에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 4대 복음서를 비롯한 27종만을 정경으로 채택하고 그 외의 문헌은 폐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이집트의 수도승들이 도서관에 있던 52종의 문서를 몰래 빼내 항아리에 묻었는데 무려 1600년 만에 이집트 농부에 의해 항아리가 발견됐으며, 함께 있던 ‘도마복음’ 또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비교종교학자 오강남<사진> 교수가 수많은 동서양 해설서를 종합하고 곁가지들은 모두 털어내, 13년만에 재출간한 ‘또 다른 예수’의 개정판이다. 오 교수는 ‘화엄의 법계연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도덕경’ ‘장자’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 ‘그리스도교 이야기’ 등 다양한 저술과 번역을 통해 종교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온 석학답게 불교와 노장 사상의 핵심 줄거리를 ‘도마복음’의 구절과 비교하면서 성경의 구절들을 재해석해, 믿음을 넘어선 지혜를 전하고 있다.  

일본에서 스즈키 순류에게 선을 배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선원을 열었던 미국인 선사 리처드 베이커는 ‘도마복음’을 읽고 “이 경전을 읽었더라면 굳이 불교를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탄복했다고 한다. 불자들이 이 책을 한번은 꼼꼼히 읽어야 하는 논거로 충분하지 않을까.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32호 / 2022년 5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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