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의 이쪽과 저쪽』/오정환 지음 / 한국경제신문
기록은 매우 꼼꼼하고 사실적이다. 답사 안내서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정확한 시간과 숫자,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든 앞뒤의 정황과 장면을 빠짐없이 묘사해가고 있다. 그러나 웅장하고 경이로운 카일라스, 그 수미산의 발 아래서는 이런 치밀함마저도 내면으로 깊게 침잠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수미산을 우러르고 있지만 산의 높이와 형태, 기후와 토양 대신 눈부신 감동과 깊은 명상의 여운이 기록을 대신하고 있다. 술과 담배에 찌들고 빌딩으로 둘러 쌓인 복잡한 도시의 삶에 갇혀 살아왔던 이들조차 수미산의 저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피안의 끝자락을 살짝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잠자리와 화장실은 참기 힘들만큼 불편하고 고산증은 시도 때도 없이 이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기꺼이 감내할 만한 기쁨이었다고 한다. 수미산의 저쪽을 느껴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불쑥 짐을 챙겨 수미산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8,5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