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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붓다의 침묵 ②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붓다의 답변은 최적(最適)

붓다는 지혜와 자비로 충만한, 아주 현실적인 스승이다. 붓다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항상 그들의 기질과 이해의 능력, 수준 등을 세밀히 파악했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종교적 삶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따지거나 세세한 구분을 짓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인 질문을 해올 때면 붓다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붓다는, 질문은 깨달음을 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답변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의 현란한 지식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붓다에 따르면 다양한 질문 형식에 따라 그 답변의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형식은 ‘예’ ‘아니오’처럼 분명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예컨대, ‘모든 조건지어진 것들은 영원하지 않은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는 것과 같이. 두 번째는 분석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형식의 질문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아라한의 지위에 오르기 전에 앙굴리마라는 살인마였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살인마가 아라한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예’와 ‘아니오’가 모두 가능할 수 있거나, 잘라 답하는 것으로는 이해가 가도록 정확하게 답변할 수 없는 것처럼.

세 번째 형식으로는 질문자가 그에 대해 숙고할 수 있도록 답변대신 대응되는 질문을 되던지는 형식이다. 만일 당신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응하여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죽이려 할 때, 당신의 느낌은 어떨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다. 네 번째의 형식으로는 침묵하는 것이 있다. 이는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질문들은 대개 본질에 대해 추측을 하게하는 것이나, 어떤 답변을 하던 혼란만 가중시키는 형식의 것들이다. 예컨대, ‘우주는 시작이 있나 없나?’와 같이 질문들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몇 년간이라도 토론이 가능한 질문처럼.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진정한 이해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상상력에 의지한 답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붓다의 어떤 답변들 중에는 현대의 핵물리학에서나 있을 법한 답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설명에 따르면, 붓다의 답변은 ‘예컨대 전자(電子)의 위치가 늘 일정한 모양으로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고, ‘전자가 움직임을 멈출 때도 있는가’라는 답변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으며, ‘전자가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이다. 붓다는 ‘죽은 뒤의 사람의 실체나 조건에 대해 심문차원의 질문을 받았을 때도 이런 답변태도를 견지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붓다의 답변은 언설이든 침묵이든 그가 일군 최고의 지성에 의거해 나온 최고의 답변임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붓다가 보여준 답변의 형식은 과학적 지식이 발달된 시대를 산 여러 연설가들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왜냐하면 각 시대별로 발견되거나 확인된 과학적 지식에 의해서, 붓다가 재세당시 대중들의 근기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판단아래 답하지 않은 것들 가운데, 질문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되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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