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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평등한 수행 공동체

기자명 박영재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2002년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에 이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런 발표 이후 이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법적인 이혼 상태는 아니나 실질적으로는 남남인 경우 포함)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 차원이 아니라 해체된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며, 이혼의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견해들을 제시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이혼을 고려중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이혼 전 교육프로그램’이나 이혼 합의 후에도 몇 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친 후 이혼여부를 다시 생각하는 ‘숙려(熟慮) 기간 제도’ 및 심지어 최근에는 수학공식만으로도 이혼여부 예측이 가능해 이를 통한 상담 치료 방법이 국제저명 학술지에 발표되는 등 언론지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겉으로 들어난 피상적인 문제들에 대한 임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영적(靈的) 스승들의 삶의 모습을 본받으며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부부는 평등한 수행 공동체’라는 점을 온몸으로 체득한다면 대부분의 이혼 사유는 거의 해소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필자는 늘 대학 강단에서 대학생들(미래의 예비부부)에게 강의시간 도중에, 또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례사를 통해 이 점을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지금껏 해오고 있는데 특히 주례사의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제 인생의 선배로서 앞으로 두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슴에 새겨야할 점들과 이들의 인생을 지켜보고 격려해주실 하객 여러분들에게도 부탁드릴 점들을 종합해 몇 가지 말씀을 간략하게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제 전공인 자연과학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그 역사가 약 150억 년이 되었습니다. 만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조건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더라면 오늘 이 자리에 저나 하객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두 젊은이가 이렇게 서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150억 년의 역사 속에 오늘 여기 존재하는 그야말로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랑과 신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방을 이 우주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온몸에 새기며 평등한 부부 수행공동체를 지속시켜 간다면, 수입이 많다느니 적다느니, 혼수가 많다느니 적다느니 하는 등의 이원적 분별심을 몽땅 내던져버리고 세상 다하는 날까지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 가리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사실 서로 다른 가풍(家風) 속에서 성장한 두 젊은이가 결혼해 평온한 가정생활을 꾸려갈 때까지는 양가(兩家) 어른들의 지속적인 보살핌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는 아들 딸 구별 없이 하나나 둘 정도를 낳아 기르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시댁 어른들께서는 며느리를 친딸처럼, 처가댁 어른들께서는 사위를 친아들처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대해 주신다면, 그리고 며느리는 시댁 어른들을 친부모님처럼, 사위는 처가댁 어른들을 친부모님처럼 모신다면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집안사라도 만사형통할 것입니다.

한편, 오늘날과 같은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두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다운 삶은 무엇인가?’라는 화두입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인간과 짐승을 네 가지 고마움(부모님의 고마움, 이웃의 고마움, 나라의 고마움, 스승의 고마움)을 알고 있는가 없는가로 구분합니다. 따라서 두 젊은이가 이기적인 지식인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과 더불어 함께 하며 지혜롭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면서 주례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박영재/선도회 법사, 서강대 교수

yipark@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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