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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또 쉬면 그 자리가 부처님 자리”

봉화 축서사 무여 스님

우리 중생을 ‘무명중생’, ‘미혹중생’이라 합니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부처님 세계서 보면 무명에 가린 중생은 가엾고 불쌍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헬렌켈러 여사는 소경, 귀머거리, 벙어리 삼중고에 시달렸습니다. 그 여사의 소원은 단 하루만이라도 눈을 떠보는 것이었습니다. 앞 못보는 사람에게 무슨 소원이 있겠습니까. 명예나 돈 보다 바로 눈을 뜨는 것입니다. 무명에 가려져 혜안을 열지 못하는 우리도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은 형체가 없으니 이런 책상을 닦듯이 닦을 수 없습니다. 탁한 그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결국 닦는 것입니다. 탁한 마음이 된 근본 원인은 번뇌망상이니 이것을 없애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사진설명>2월 22일 조계사가 주최한 ‘조계종 선원장 대법회’에서 경북 봉화 축서사 무여 스님은 ‘화두 드는 법’을 주제로 법문 했다. 무여 스님은 중생이 무명에만 머무르는 이유를 설파한 후 그 무명을 걷어내는 길을 일러주었다. 또한 화두참구를 하며 나타나는 경계와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대중에게 전달했다. 비가오는 관계로 대웅전 앞 마당에는 대중이 들어설 수 없었으나 설법전과 극락전 등에 대형화면을 설치한 조계사의 세심한 배려로 1,500여명의 사부대중은 스님의 법문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무여 스님의 법문 핵심을 요약 게재한다.


“화두참선은 대단한 법력 있어”

마음은 저 바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고요한 바다는 깨끗해 수십미터의 수심도 보이지만 태풍 불면 혼탁해 수심 1미터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시 조용해지면 맑아집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처럼 일체 번뇌망상을 제거하면 밝아지고 맑아집니다. 그러면 깨칠 수 있습니다. 마음 닦는다는 것은 마음을 쉬고 비우는 것입니다. 일체의 마음작용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옛 어른은 천 번 쉬고 만 번 쉬어라. 쉬고, 쉬고, 또 쉬라고 했습니다. 부처님도 쉬면 근본자성이 바로 드러나 깨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쉬면 그 자리가 청정한 대무심의 경지요, 부처님 자리입니다. 장작불 이글이글 타듯이 번뇌망상 들끓다 장작불 꺼지면 고요해지듯이, 번뇌망상 사라지면 그 자리가 열반의 자리이며 생사가 없는 자리이고 나아가 생사도 좋다는 자리입니다.


간화선, 손바닥 뒤집듯 쉬워

화두참선은 대단한 법력을 갖고 있습니다. 삼세 여러부처님들 역대 조사의 진수가 바로 화두입니다. 화두 깨쳐 확철대오하면 구경처까지 갈 수 있습니다.

화두 들 때는 간절하게 해야 합니다. 옛선사 말씀에도 화두 참선은 간절 절(切)자 한 자면 된다고 했습니다. 절실하게, 성심성의를 다해 화두 들어야 합니다. 며칠 굶은 사람이 밥 생각하듯이, 물 떨어진 사막 여행자가 물 생각하듯이, 엄마 품에서 울던 아이가 엄마 없을 때 엄마 생각하듯이 해야 합니다. 화두가 간절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절실하게 들어야 합니다.

세속에서 이처럼 화두 드는 것은 다소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화두 할 때만이라도 화두에만 전념하셔야 합니다. 화두참구는 손바닥 뒤집는 것 보다 쉽고 세수하다 코 만지기 보다 쉽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지극히 하면 의외로 쉽게 바로 되는 것이 화두참구요 마음 공부입니다. 그러나 게으름 피우며 하는 둥 마는 둥 하면 어렵고 힘든 공부가 됩니다.

화두 들다보면 진짜 의심이 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게 진짜 공부입니다. 선가에서는 ‘화두가 성성해진다’합니다. 화두가 성성하도록 진의가 나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진의가 났다 안 났다 기복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발심이 돈독치 못해서입니다. 대분심을 일으켜 목숨걸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입니다.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네가 진정 공부할 생각 있는가.’ 참선자는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고 이루겠다는 발심이 중요합니다. 옛 어른 말씀에 ‘마음 깨닫는데 발심만한 게 없고 못 깨친 것 한탄 말고 발심 못한 것 부끄러워하라’고 했습니다. ‘나도 불성이 있다’는 확신과 화두 하면 ‘나도 깨칠 수 있다’고 철저히 믿어야 합니다.


“사막서 물찾듯 간절히 참구해야”

화두 안 되는 분들은 분심을 내어보세요. 왜 나만 못 하는가. 천하 선지식 다 했는데 왜 나만 안 되는가. 도에는 승속 남녀차별 없습니다. 누구나 지극히 하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 오신 분들 의정이 무엇인지, 화두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입니다. 진실로 지극정성으로 애쓰지 않아서 안 되는 것입니다. 대분심 내서 오직 화두에 애써야 합니다.

참선자가 주의할 것은 진의가 나더라도 더 절실하고 지극하게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계에 머무르지 말고 계속 깊어지고 성숙해져야 합니다. 화두가 잘 되면 성성적적한 경지에 이르는데 이 때 성성과 적적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합니다. 적적에 빠지면 화두 놓치고 무기에 떨어지기 쉬우며, 성성이 지나치면 산란해 지고 번뇌망상에 빠지기 쉽습니다. 화두는 성성하면서 적적하고, 적적하면서 성성해야 합니다. 깨달음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화두가 성성해지면 몸이 가볍고 편안해지고 몽중일여 정도면 지혜가 나타납니다. 어렵던 경전도 그냥 내려가고 딱딱했던 어록도 술술 내려갑니다. 이쯤 되면 아는 소리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 법문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어디가면 깨쳤다, 알았다고 하고 싶어하는데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애써야 합니다. 지혜 좀 생겼다 해도 반딧불로 수미산 태우는 격입니다.


“신통력 즐기면 수행 망쳐”

몽중일여 정도 지나면 신통력도 생깁니다. 공부하는 데 갑자기 벽 없어지면서 바깥경치 훤히 다 보입니다. 조계사 법당에서도 인천 앞 바다는 물론 수원, 대전도 볼려면 볼 수 있습니다. 식이 맑아지면서 가까운 곳도 먼 곳도 높은 곳도 낮은 곳도 관계없이 볼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만 보아도 이 사람이 무슨 마음먹고 있는지, 어디 가는지 압니다. 힘든 일도 그냥 됩니다. 생사까지도 자신만만할 만큼 불가사의한 힘이 생깁니다. 그러나 절대 그런 신통력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신통력 즐기다 보면 점점 공부가 희미해집니다. 깨달음으로 가는 도중에서 지엽적인 것일 뿐이니 화두를 더 지극하게 들어야 합니다.

화두가 더 잘되면 오묘한 법열을 느낍니다. 즐겁다, 기쁘다 같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을 느낍니다. 이 상태에서도 더 안정시키고 지극하게 공부해야 더 깊은 경지에 들어갑니다. 그 단계 넘어서면 바로 극락입니다. 수행 속에도 극락이 있습니다. 마음 속에서 극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지 느끼지 못하더라도 마음의 평화는 찾을 수 있습니다.


“조각하듯 자신 만들어 가야”

화두가 잘될수록 겸허해져야 합니다. 그러면 일취월장 나날이 깊어지는 것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수행자가 낮은 단계서 체험한 것으로 어디다 써먹으려 하니 공부가 어려운 것입니다. 하루 한 번이라도 늘 자신을 점검해야 합니다. 나란 어떤 존재인지, 장단점은 무엇이며 시정 보완할 것은 무엇인지,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어 가듯이 자신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수행은 해도 되고 안 되는 공부가 아니라 꼭, 반드시 해야 하는 공부입니다. 안 하면 자기 손해입니다. 인생의 참 행복과 보람을 수행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설명>무여 스님은 법문 후 재가불자들의 질문에도 상세하게 답해 주었다.


정리=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사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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