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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 상불경보살행은 현대의 인권운동”

  • 교학
  • 입력 2022.06.03 20:26
  • 수정 2022.06.10 22:01
  • 호수 1635
  • 댓글 1

차차석 교수, 사회갈등 해법 제시한 ‘불교와 사회윤리’ 발간
‘모든 인간은 성불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인권 존중에 앞장서

‘갈등공화국’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사회에 갈등이 만연하다. 젊은 남녀는 가장 뜨겁게 사랑할 나이에 서로를 맹렬히 미워하고, 청년 세대는 시대적으로 ‘운이 좋았던’ 40~50대가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 출근길 갑자기 멈춰선 지하철에선 “장애인” “불편” “불법시위” “죄송” 등 단어로 구성된 방송이 흘러 나온다. 닫힐 줄 모르는 전동차 문을 사이에 두고 안에선 “특권”을, 바깥에선 “차별”을 외치며 서로를 겨눈다. 2007년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적지근한 상태. 인간이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건 그저 선언일 뿐인걸까.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불교와 사회윤리’(운주사)를 통해 ‘임신중절’ ‘젠더갈등’ ‘사형제도’ 등 사회쟁점과 연결된 첨예한 윤리문제를 끊임없이 소환해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단 이분법에 따라 한쪽을 선택하는 즉각적 해답을 내놓기보단, 보다 근본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법화경’은 ‘금강경’ ‘유마경’ ‘화엄경’과 함께 동아시아 불교사상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진 경전이다. ‘법화경’ 상불경보살품에 나오는 상불경보살은 ‘언제나 다른 사람을 존경·공경하는 보살’로 멀리서 사부대중을 보면 예배하고 찬탄한다. 모두 부처님이 될 분들이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상불경보살은 불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 나아가 종교·종교인이 인류애를 실천하지 않고 존엄성 수호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본질을 상실한 빈껍데기라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불교는 삶에서 찾아야 하고 세상 깊이 들어와 호소력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 교수는 자칫 관념화되기 쉬운 ‘법화경’ 상불경보살품 내용을 1948년 국제연합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문’과 엮어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선언문 핵심인 1·2·3조는 인종차별을 떠난 평등과 자유가 초점이다. 차 교수는 “선언문 1·2·3조에 상불경보살품 핵심 내용이 녹아있다”면서 “대승경전인 ‘법화경’이 지구촌 시대에 실질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의미”라고 말한다. 

때문에 “상불경보살의 보살행은 현대의 인권운동”이라고 차 교수는 강조한다. 상불경보살의 행동이 후대에 불성·여래장 개념으로 해석, 이해돼 왔지만 결국 논리 토대는 만유 평등과 존엄함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1948년 12월10일 파리에서 열린 제3회 유엔 총회에서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문을 채택하기 2000년 전부터 이미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고한 가치가 우리사회에서 적용되지 못한 것은 “인식부족”이라고 차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세계의 지성들이 인권 존엄성을 강조하고 국제 협약을 통해 이를 지키고자 했던 점은 불교적 가치와 상통한다. 새삼스럽지만 세계 인권선언문이 널리 알려진 현 시점에 다시 상불경보살 행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차 교수는 10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현재 사회의 쟁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쟁점이 될 만한 내용은 어떤 것인지 사회문제 전반을 불교윤리 관점에서 차분히 되돌아본다. 특히 4장 ‘사형제도에 대한 불교 교리적 접근’에선 “사형제도가 지닌 사회의 순기능을 인정한다고 해도 불교 가치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면서 “더구나 제도라는 이름으로 사형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함께 살인을 하는 것. 다만 내가 직접 죽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5장 ‘부처님, 여성을 보다’에선 “‘무구현녀경’ ‘보녀소문경’ ‘대보적경’ 등 대승법에선 남성·여성에 편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집착이고 비불교적이라고 강조한다”면서 “불교 내부에서 여전히 남녀 차별이 있지만 부처님이 여성출가를 쉽게 허락하신 것은 성차별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문화·자연 환경 문제였다”고 역설한다.  이어 프랑스 여성철학자 시몬 드 보봐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선언을 소개한다.

1990년부터 강단에 선 차 교수가 오늘날 사회문제를 해결할 답을 부처님 가르침에서 다양하게 모색한 연구서. 젊은시절 “불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국제 포교사를 꿈꾸기도 했던 그가 오랜 세월 한결 같은 서원으로 다시 한 번 불교 진가를 환기시킨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5호 / 2022년 6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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