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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스님 260명 총선 ‘올인’

기자명 탁효정
  • 해외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타밀 반군과 타협…정치권 불신임

“佛法으로 국가기반 바로 세우겠다”


스리랑카 스님들이 정계 진출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4월 2일 스리랑카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스리랑카 자티카 승가회(JSS) 소속 스님들이 National Sinhala Heritage(NSH) 신당을 창당하고 의회 진출을 선언했다. 출마자 수는 무려 260명.

<사진설명>스리랑카 스님들이 4월 2일 총선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며 콜롬보 시내를 행진 하고 있다.

20여개의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콜롬보 시에서만 23명의 스님이 입후보했으며, 전국적으로는 타밀 자치구역인 2개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다.

스리랑카 언론들은 이를 “스리랑카 불교계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JSS의 교섭도구’”라고 분석했다.


불교민족주의 정서 최고조

◆출사표를 던진 이유=스님들이 총선 풀마에 나선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스리랑카에 불교민족주의 정서가 최고조에 달해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현재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있는 상황이다. △2002년 11월 타밀 반군과의 협상과정에서 스리랑카 정부의 지나친 저자세 △작년 12월 불교민족주의자 소마 스님의 돌연사(본지 739호 참조) 이후 정부의 감추기식 수사 등으로 다수 불교도인 싱할라족들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이에 스님들은 ‘더이상 정치가들에게 스리랑카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정계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NSH 비서관 우뒈 담마로카 스님은 “국가와 불교를 지키는 일은 2500년 역사에서 스님들이 담당해온 전통적인 역할이었지만, 지금 우리들은 새로운 것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통탄했다. 스님은 또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의 싱할라 불교도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테러 단체인 타밀 엘람 해방호랑이(LTTE)에 과도하게 힘을 실어주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우리는 더 이상 정치권의 행보를 믿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총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스리랑카 의회는 스님들의 총선 출마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신망과 인기를 얻고 있는 몇몇 스타급 스님들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어 스리랑카 불교계는 적어도 7명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번 선거 이후 싱할라 불교도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게 스리랑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존 정치권에 큰 타격 줄 듯

◆당황하는 정치권=스님들의 갑작스런 출마에 스리랑카 정치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월드지는 2월 19일자에서 “스님들의 총선 출마 선언에 스리랑카 의회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스님들이 다수의 부동표를 침식할 것으로 예상돼, 양대 정당의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인들 중 어느 누구도 스님들의 정계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다. 스리랑카 난다 스님은 현재 정치권의 태도에 대해 “정치인들은 현 시점에서 불교계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이 곧 자기당의 몰락을 자초할 것임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상당수의 표를 이탈할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 결과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총리측 인사 루크만 세나나야케 환경부 장관조차도 “우리는 이 움직임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스님들의 선거 출마를 평가하는 것은 바로 대중의 몫”이라며 스님들의 총선 참여에 간접적인 지지를 보냈다.


타밀 반군, 폭동 일으키며 반발

◆스리랑카인들의 반응=스님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스리랑카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사업가 K. W. 자야티싸 씨(59)는 “휴전협정을 맺은 이후 정치가들은 LTTE와 소수파의 의견을 지나치게 수용해온 반면 다수 스리랑카인들의 의견을 무시해왔다”며 “우리는 스님들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스님들의 정계진출을 적극 지지했다. 상당수의 싱할라족 불교도들도 “스리랑카의 다수 인구가 불교를 믿는 만큼 이들의 의견 또한 존중해야 함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스리랑카 회교도 의회 고문 M.H.S. 샬먼 씨는 “어떤 종교그룹일지라도 주류 정치에 개입한다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다수만을 위한 정책으로 흘러간다면 다양한 종교,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장애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측은 바로 타밀 반군들이다. 특히 LTTE 측은 무력 충돌까지 일으키며 스님들의 정계진출에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콜롬보에서는 선거 운동에 반대하는 LTTE 테러리스트들이 유혈 폭동을 일으켜 40여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LTTE는 “스님들의 국회진출로 인해 정부의 타밀 정책이 훨씬 더 국수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저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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