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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대 학생들, 군종사관후보생 기피 이유 있었다

  • 교계
  • 입력 2022.06.13 17:26
  • 수정 2022.06.15 18:19
  • 호수 1637
  • 댓글 3

올해 군종사관후보생 전무…4년 연속 파송 ‘0명’ 사태
병사 복무기간 단축·월급 인상에 군승장교 메리트 줄어
개신교, 전액 장학금에 빠른 목사안수 가능…경쟁률 10대 1
불교학부 학생들 “군승제도, 군대 미룰 만큼 메리트 없다”

사진은 올해 5월 열린 동국대학교 군종사관후보생 설명회

군승장교 급감으로 군포교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6월3~10일 진행된 올해 불교 군종사관후보생 선발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군종사관후보생 파송 ‘0명’ 사태로 종단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군포교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과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군종사관후보생 급감은 오래전부터 예견돼왔다. 군종특별교구에 따르면 군종사관후보생은 2000년대 중반까지 평균 6~10명이 선발됐지만, 2010년대 들어 3~4명에 그치는 등 탈종교화 및 출가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 군종교구는 2013~14년 4명, 2015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4명, 2018년 3명, 2019년 1명을 파송하는 등 가까스로 군종사관후보생제도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2019~2020년 자격시험에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21년에는 그나마 4명이 지원했으나 전원 탈락, 올해도 지원자가 전무해 군종사관후보생 파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군승장교들은 병사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군승장교들은 병사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병역 제도의 변화로 군승장교의 급감을 초래하는 것과 달리 개신교와 가톨릭은 혜택과 조직화를 내세워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병역 제도의 변화로 군승장교의 급감을 초래하는 것과 달리 개신교와 가톨릭은 혜택과 조직화를 내세워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군승장교는 군포교의 핵심 전력이다. 그렇기에 군승장교 급감은 군포교 침체와 직결된다. 
군승장교는 군포교의 핵심 전력이다. 그렇기에 군승장교 급감은 군포교 침체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불교종립대학 학생들은 군종사관후보생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인구감소·탈종교 현상과 더불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병사 복무기간 단축 및 월급 인상 등 병역제도의 변화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 병사 월급은 병장 기준 150만원 수준까지 올릴 예정이다. 현재 병사경력이 없는 대다수 군승은 중위 1호봉으로 임관하는데, 중위 1호봉 월급은 세금 공제시 170여만원으로 병사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

병 복무기간도 꾸준히 줄어 2022년 육군 기준 18개월에 불과하지만, 군승으로 임관한다면 36개월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청년층이 군 문제 해결과 첫 직장으로 군승을 선택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청년층의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는 군승을 비롯한 장교 지원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감소 현상은 군종사관후보생과 비슷한 제도인 학군단(ROTC)에서도 나타난다.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따르면 학군단 지원자는 2018년 1만2600여명, 2019년 1만1500여명, 2020년 7400여명, 2021년 9400여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는 7600명을 기록하며 2018년 대비 39% 하락했다.

불교 내부적으로는 군종사관후보생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웃종교인 개신교는 병역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1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군목사 17명 정원에 18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로 개신교의 군종사관후보생 목사안수 기간 단축·교육과정 전액장학 등 파격적인 혜택이 거론된다.

불교종립학교 재학생의 경우 1·2학년이 선발 대상이지만 개신교는 목사를 목표로 하는 신학대·대학원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목사 안수를 위해선 30세 이상에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 졸업 후 2년 이상 교역경험과 목사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등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군목사의 경우 군종사관후보생에 합격 후 대학 4년, 신학대학원 3년 총 7년 과정만 마치면 20대에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어 군목사는 신학생들의 선망이 되고 있다. 또 군종사관후보생을 파송하는 여러 종파가 합심해 선발 인원에게 대학·대학원 전 과정 수업료 전액 장학 혜택을 부여하는 등 개신교는 군종사관후보생 양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반면 불교 군종사관후보생은 상대적으로 내세울 장점이 부족한 실정이다. 군종사관후보생에 선발되면 8학기 동안 수업료 70%를 지원하지만 주 선발 대상인 동국대 불교학부 재학생들은 이미 수업료 감면 장학 혜택을 받고 있다. 육군 3사관학교 호국사 수종 스님은 “수업료 70%를 지원 장학 혜택은 이전에는 분명 효과적이었다”며 “그러나 직전학기 성적 3.0을 넘는 모든 학생이 장학금을 지원받는 현재,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선발된 군승 후보생들은 학기 중 군종장교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졸업과 함께 출가해 사미계를 받기까지 2~3년의 교육을 추가로 받아야만 한다.

당사자인 종립학교 학생들은 군종사관후보생 제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현재 군복무 중인 조원호(동국대 불교학부·22)씨는 “당시 입대를 앞두고 군종병과 군종사관후보생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며 “군복무가 길어지면 사회생활에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 차라리 군종병으로 입대해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쪽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동연(동국대 불교학부 3학년)씨는 “지난 2년간 비대면 수업이었음에도 군종사관후보생 제도를 모르는 학부생은 없을 것”이라며 “꾸준한 홍보에도 대부분 군종사관후보생이 입대를 미룰 만큼 메리트가 크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직장으로 선택하기에도 36개월의 의무복무기간과 적은 월급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적지 않은 학생들이 군승이 되는 순간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기피 이유로도 꼽았다.

군종교구 기획국장 현혜 스님(수도군단 충의사)은 “불교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이 군포교의 중요성과 장점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18개월의 사병복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가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군승 지원자 모집은 철저하게 재가자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군승을 선택해도 좋은 종교적 가치를 일깨우고 실제적인 이익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톨릭은 군종사관후보생 제도가 아닌 군종요원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가톨릭은 각 교구에 속한 총 신부 숫자의 10%를 일반 성당에 보내듯 군종요원으로 선출해 군신부로 임관시킨다. 각 교구에서 인원을 정해서 군종교구 측에 올려 보내면 군종교구장이 국방부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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