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구제’발원 담았다”
스님의 작품 ‘암자를 태워버린 보살님’은 어느 스님에게 10년간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던 한 노보살이 ‘자기자신만을 위해 스님이 공부해왔을 뿐’임을 알게 된 후 스님이 기거해온 암자를 태워버렸다는 불교설화를 토대로 만든 플래쉬 애니메이션이다.
<사진설명>최우수상을 수상한 법일 스님의 플래쉬는 구성이 매우 짜임새 있고 캐릭터의 개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숭산 스님의 책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접했다는 스님은 “나도 이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요. ‘자타일시 성불도’를 제 화두로 삼고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법일 스님이 불교를 처음 만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컴퓨터 관련 일을 하던 유태인 미국 청년은 스리랑카 여행 도중 작은 도시의 한 사찰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우연히 법회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불교’와의 심상치 않은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싱할라어로 진행되는 법문과 의식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사찰에서 만난 고요하고 커다란 무언가가 이 유태인 청년의 가슴을 내리쳤다. 이후 불교에 관한 책을 읽고 일본 사찰에서 다니던 중 이스라엘에서 한국 시민선방을 운영하는 한 친구의 권유에 따라 한국 간화선을 배우게 됐다.
‘제대로 수행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 2001년. 3개월간의 안거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님은 ‘제대로 된 수행을 하기 위해’ 결국 출가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그 길로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한 스님은 현재 관음사에 머무르며 영어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 싣기 위해 플래쉬를 한 편 제작했는데 그 작품이 덜컥 최우수상을 수상해버린 것이다.
“갑자기 받은 거에요. 관음사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이야…”
아직 한국말이 서툰 스님은 ‘갑자기(우연히) 받은 것’이라고 극구 설명하지만 우연이라기에는 작품 수준이 무척 높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사실적인 움직임, 전체적인 연출과 구성이 매우 부드럽고 조화롭다는 것이 심사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스님의 작품은 www.okbuddha.com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저는 이제 마음공부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수행하라’고 당부하신 도관 스님, 숭산 스님의 말씀을 아직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제가 닦은 마음의 빛을 다른 이들을 위해 비출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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