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상(天上)의 즐거움을 부러워하지 않고
죽어서도 지옥(地獄)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승(老僧)이
오늘 아침 육도(六道)의 관문(關門)을 열고 환귀본처(還歸本處)하니
이것이 활중득사(活中得死)입니까. 사중득활(死中得活)입니까?
활중득사(活中得死)라고 한다면 반야영검(般若영검을 면하기 어렵고
사중득활(死中得活)이라고 하면 불조(佛祖)도 신명(身命)을 잃을 것입니다.
어느 곳을 가야 투탈생사(透脫生死)하고
불조(佛祖)의 신명(身命) 잃는 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구(求)함이 있다면 석가(釋迦)는 낙절(落節)하고
가엽(迦葉)의 패궐(敗闕)은 깊어질 것입니다.
벗어나는 관문(關門)이 없다면 목마(木馬)는 칼날 위로 달릴 것이고
석녀(石女)는 불 속에 몸을 감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산중(山中)에 노승(老僧)이 몸을 감추고
머리도 꼬리도 없는 주장자(拄杖子)를 한번 치니
허공(虛空)의 뼈는 부러지고
오취중생(五趣衆生)이 금대(金臺)에 오릅니다.
이것이 오고 감이 없는 활계(活計)입니까?
시방법계(十方法界) 생명들이 목숨을 잃는 기략(機略)입니까?
회마(會麽) 알겠는가?
재철지기안가측(裁鐵之機安可測)이리요 무소 끊는 기틀을 어떻게 측량하리요
돈개천안막능규(頓開千眼莫能窺)로다 천개의 눈을 단박 뜨더라도 엿볼 수 없도다.
불기2548년 3월3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법전 합장
#永 訣 辭
관응 큰스님!
어느 世界로 出離하셔서 이처럼 空寂하고 寂莫합니까?
寂寥虛曠하여 形名으로도 眞容을 뵈올 수가 없고, 有心으로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生死自在한 機用을 갖춘 스님께서 이처럼 깊고 고요한 眞相을 이루니 얼마나 즐거우십니까?
世緣을 通해 어깨에 지고 있던 천만가지 짐을 놓아버리고, 얽매임에서 벗어나니 얼마나 自由롭습니까?
스님이 이룬 寂滅의 分上에는 佛祖의 얽매임도 凡聖의 分別도 없는데 어찌 나고 죽음의 슬픔이 있겠습니까?
스님께서는 寂滅의 즐거움이 되는 末後 一句를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無生法界에 태어나셔서 娑婆에 머무신 것은 法身의 妙用을 보인 것입니다.
큰스님!
여기 모인 四部大衆을 爲해 平素에 소리쳐 부르던 어지럽게 비바람이 일고 우뢰와 번개가 비 오듯 한 格外之機를 한번 보이십시요.
一生동안 종횡무진하고 가는 곳마다 圓通自在하셨던 그 主人翁의 一機一境을 보지 못해 四部大衆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나고 죽음이 解脫의 眞源이요, 오고 감이 生死自在의 大用일지라도 이처럼 還歸本處하여 無形無相의 말없는 本分만을 보이시니 저희들은 슬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큰스님!
스님께서는 일찍이 山門에 得度하여 中央佛專을 卒業하고 日本留學까지 마친 후 三藏을 通達하고 우리 敎門에 唯識學의 기초를 세우는데 기여했으며 無門關에서 六年 結社통해 一大事를 해결하고 覺地에 오른 禪敎兼全을 달성한 우리 宗門의 明眼宗師였습니다.
스님의 一生은 이 땅의 敎學의 地平을 넓히고, 빛바랜 曹溪禪門을 일으켜 세운 우리 宗門의 뛰어난 宗匠이었으며, 至人無名한 百衲의 雲水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수많은 敎學者가 많았지만 스님만큼 經學을 通해 慧眼을 얻은 善知識이 없었고, 祖師語錄을 막힘없이 해석하여 禪의 眞體를 드러낸 禪師도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부질없는 이름을 드날리고 높은 地位에 오른 분들만 받들어 왔지 絶學을 거쳐 眞過에 이루러 格外의 寄寶를 지닌 스님을 모시는데 宗團旳으로 소홀히 했습니다.
참으로 큰스님의 一機一境은 하늘을 흔들고 땅을 움직였으며,
一言一句는 佛祖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스님의 不言之敎와 無爲之事의 慈悲스런 敎化는 山과 바다를 이루었고 卒啄의 智慧는 萬物도 感得께 하였습니다.
눈 먼자는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하였고, 聾者는 귀가 열려 듣고 싶은 소리를 들었으며, 꽃망울을 머금은 꽃들은 宇宙의 神秘를 열게 한 뛰어난 布敎師였습니다.
이제 慈愛스런 眞容과 獅子吼를 어디서 뵙고 들어야 합니까?
참으로 스님에게 歸依하여 安心立命과 解脫의 眞味를 맛보고 實利를 얻은 사람들의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
오늘 큰스님께서 보이신 寂滅의 眞相이 즐거움이 되고, 自由스러움이 됨을 깨달았습니까?
깨달았다면 하늘의 關門을 열어젖히고 地軸을 흔들 것이며, 못 깨달았다면 生死에 얽매여 銀山鐵壁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것이 老師가 우리에게 남긴 最後의 說法입니다.
불기2548(2004)년 3월 3일
大韓佛敎曹溪宗 元老會議 議長 靑雲 道源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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