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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뭣고’ 10년이면 깨닫는다”

기자명 채한기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은 2월 29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조계종 선원장 초청 대법회’에서 ‘선과 깨달음’을 주제로 법문했다. 1,500여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 법회에서 대원 스님은 주장자를 세 번 친 후 번쩍 들어 올리며 “대중은 아시겠습니까”라고 물은 후 법문을 시작했다. 대원 스님은 우리의 간화선은 최상승선이므로 지극히 최선을 다해 정진하면 누구라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형섭 기자

(주장자 쾅! 쾅! 쾅. 3번 내려치다.)
대중은 아시겠습니까!(잠시 침묵)
이 산승이 학림사 오등선원에서 한 걸음 나오기 이전에 이미 모든 법문을 다해 마쳤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대중께서도 집에서 한 걸음 내 딛기 이전에 이미 법문을 다 들어 마치셨습니다.

어떤 것이 선이냐 묻는다면 저는 “바람을 먹고 이슬을 마신다(餐風飮露)”고 할 것이며 어떤 것이 깨달은 것이냐 묻는다면 저는“돌사람이 정오에 밤 3경의 종을 치니(石人正午打三更), 산은 높고 물은 깊은데 백가지 꽃의 향기로다(水深百花香)”라 하겠습니다.


주객 나누지 않아야 수승해져

1구에서 바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 산승이 학림선원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않고 여러분도 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것이 1구입니다. 주객을 나누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 산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보 일보 걸어서 이 법상에 말없이 앉아 여러분과 마주한 이것이 2구입니다. 법상에서 여러분과 함께 말하고 듣고 묻고 답하고 하는 이것은 3구입니다. 1구에서 알면 부처님과 조사의 스승이요, 2구에서 터득하면 인천의 스승입니다. 그러나 3구에서 알면 자기도 구하기가 어렵다 했습니다.

공부를 40년 하신 스님과 재가자가 함께 찾아왔기에 제가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공부를 어떻게 지어가셨으며, 어떻게 깨달은 바가 있으며, 어느 선지식에 지도를 받으셨습니까?” 찾아오신 그분 말씀이 “열심히 정진하면 불보살님이 꿈속에 나타나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니 선지식 찾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또 신의할 만한 선지식이 있어야지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다른 한 스님을 보고는 “어떻게 참선하십니까? 혹, 다른 공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 스님 놀라더군요. “선방에 그리 오래 다녀도 제게 그렇게 물어본 사람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관세음보살을 염합니다.”하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바국다 존자 이야기를 들여주었습니다.

우바국다 존자가 법회 도량에서 법문을 하는데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며 하늘에서 풍악 소리가 울렸습니다. 꽃비가 내리고 허공에서 오색 무지개 광명이 내리더니 그 광명 한줄기를 타고 어떤 거룩한 여인이 큰 코끼리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선몽 가르침 공부는 위험

사람들은 존자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 광경만 보고 있었습니다. 존자가 선정에 들어 살펴보니 그 여인은 마왕인지라 바로 제압했습니다. 그러자 그 마왕은 “아직은 정법의 기운이 있어서 안되겠군요” 하면서 존자에게 절을 했습니다. 존자가“난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했다. 마왕의 신통술로 내 앞에서 부처님 모습 그대로 나툴 수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마왕은“그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존자께서 저에게 절은 하지 마십시오”하고는 부처님 모양 그대로 나타냈습니다. 그러자 존자는 자기도 모르게 절을 했습니다. 마왕이 “존자여 절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하니 존자는 “제가 절을 한 것은 마왕을 보고 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를 한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왕은 “존자께서도 이러하건데 이천년 삼천년 후 말세에 제가 부처님 몸으로 나타난다면 그 누가 속지 않겠습니까”라고 다시 묻습니다.

꿈에 나타난 불보살님이 가르쳐 준 것을 따라하는 수행은 위험천만한 것입니다. 꿈에 나타난 불보살이 진짜 불보살인지, 마구니가 둔갑해 나타난 것인지 어떻게 분별합니까. 그것을 분별한다면 분별하는 그 당사자가 선지식입니다. 참선을 하다가도 이상한 경계가 나타나고, 염불이나 주력을 하는 중에도 이상한 신이 나타납니다. 까닥 잘못하면 외도로 빠지거나 급기야 정신이상자가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내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이것이 무엇이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참선 수행에 선지식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8년전 말문이 막혔던 남악 회향이 육조 혜능 선사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혜능 선사는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하고 물으니 남악은“설사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說似一物 卽不中)”했습니다. 혜능 선사는 “닦아서 증득하는 것인가, 아닌가.(還可修證否)”하고 또 물으니 남악은 “닦아 증득함은 없지 않으나 물들여 더럽혀짐은 없습니다.(修證 卽不無 汚染 不可得)” 했습니다. 혜능 스님은 이에 “더럽히고 물들이지 못 하는 이것이 모든 부처님이 호념하시는 것이다. 네가 이미 이러하고 나도 이미 이러하다.”

어떤 사람들은 ‘깨달은 뒤에 물들이지 않게 닦아간다’하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이 자리는 물들이려 해도 물들일 수 없습니다.


선지식 지도 받아 수행해야

선에도 범부선, 외도선, 소승선, 대승선, 최상승선이 있습니다. 이것도 모르고 다 선이다 해서도 안됩니다. 범부선은 사무량심으로 닦는 것입니다. 자비희사로 닦아서 극락 가려고 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외도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합니다. 요즈음 허공을 날으는 공부를 한다, 신선처럼 사는 것을 공부한다 하는데 전부 외도선입니다. 영원한 자유를 향한 참공부는 아닙니다. 소승선은 아라한과는 증득할 수 있지만 그 이상 오르려면 기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승선 역시 기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최상승선은 10년이면 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최상승선입니다. 최상승선은 깨치고 안 깨치고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은 대각 자리를 바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역대 조사 스님이 왜 ‘불성이 없다’라 하기도 하고 ‘뜰 앞에 잣나무’라 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화두는 상대방 깨쳐주려고 있는 게 아니라 대각 자리에서 깨달음에 대해 척척 전해주는 것입니다. 바로 그 자리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계합하면 되는 것입니다. 계합 하면 더 할 것 없지만 안되니 ‘이게 뭐냐’ 하며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열심히 화두 들면 10년이면 족합니다. 이승에서 마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최상승선입니다.

이 공부는 무엇보다 신의가 중요합니다. 신의가 80%입니다. 신의가 극치에 이르면 법문 한 마디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정리=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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