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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대참회문 기도수행  배수열(무상·25) - 하

기자명 법보

무기력 극복하고자 시작한 기도
아상에 빠져 괴로웠음 알아차려
성실히 정진해 온전한 나 되찾아
부처님께 감사함, 잊지 않고 살 것

무상·25

복무 기간이 반년 남짓 남았을 무렵, 나태와 무기력에 빠져 몸무게가 12kg이나 늘었다. 하고 싶은 일은 너무나 많았지만 군대에선 할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남에 계시는 스님께 ‘108대참회문 3-5-7기도’를 받았다. 3-5-7 기도는 매일 새벽 5시30분에 3일기도 일곱 번, 5일기도 다섯 번, 7일기도 세 번을 순서대로 마쳐야 회향하는 기도이다. 대학에 다닐 때 여러 기도를 몇 번이고 도전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회향하지 못했기에, 군대의 규칙적인 환경은 정진에 도움될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진짜 회향하고야 말겠어.’

그러나 곧 군대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분노와 마장으로 다가왔다. 새벽예불을 위해 종교시설로 운행되던 당직대기 차량이 있었는데, ‘낭비’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매일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다 가끔 산짐승들을 마주칠 때면 개신교 군종병 선임과 함께 허겁지겁 도망갔다. ‘종교시설에서 맨날 노는 거 아니냐’는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는 간부도 있었다. 매일 꼭두새벽에 산길을 타게 된 것도 힘든데, 오해를 받아 짜증났다. 설상가상으로 불면증에 시달려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고, 출근시간 직전에 잠이 들어 법당에 늦게 도착할 때도 있었다.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숨이 벅차오는 과호흡 증상까지 찾아왔다. ‘나는 분명 법당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기도하려는데, 왜 숨까지 못 쉴 정도로 괴로운가?’ 고통스런 마음에 기도를 주신 스님께 다시 연락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잘난 척 하시냐? ‘나는 이렇게 사는데, 너넨 왜 그렇게 사니’라는 분별을 왜 해?”

스님의 한마디에 순간 머리가 번쩍 했다. 내가 ‘나’를 위해 기도함으로써 나타나는 병폐였던 것이다. 스님은 “내가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이야! 하는 오만함에 빠져 맑아지는 마음을 분별하지 말고, 부처님을 모시는 곳은 다 ‘복 밭’이니 ‘관세음보살’을 잊지 말고 계속 정진하라”고 덧붙였다.

말로만 불자인 척, 온갖 청정한 척 유난을 떨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 본분과 주변에 감사함을 잊은 채 운동 삼아 절을 하곤 ‘나 기도했어요’하는 교만에 빠져 허우적대던 것이었다.

정신을 다잡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정성을 다해 ‘관세음보살’을 염했다. 그러자 어둡고 침침했던 그 길이 장엄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기도 10분 전에 도착해 초를 켠 후, 청수 공양을 올렸다. 시계가 5시30분을 정확히 가리킬 때, 이마를 지긋이 땅에 붙였다. ‘지심귀명례…’ 지극한 참회의 절을 올리며 눈물과 땀으로 좌복을 적셨다.  

그렇게 석 달, 쉬지 않고 정진했다. 잠에 들기 직전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에 속아 어디론가 빨려들어 갈 때면 누운 몸을 일으켜 가부좌를 틀고 관세음보살을 염했다. 
마음을 잘 모으지 않으면 기도는 한순간에 흐트러지기 십상이었다. ‘과연 내가 회향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회향 날이 다가왔다.

기도 회향 날, 지긋이 마지막 삼배를 올렸다. 뜨겁게 타는 초를 끄고, 아귀들이 마실 수 있도록 청수를 퇴공했다. 겨울을 몰아내듯 해가 일찍 떠올랐고,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참새들이 종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축하하듯 노래를 불렀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몸무게를 확인하니 거짓말처럼 불순물이 10kg이나 빠졌다. 신기하게도 더 이상 숨도 차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불안에 떨며 숨이 차던 내가 온전한 내 호흡을 되찾다니’ 부처님 가피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전과는 다른 맑은 에너지가 내 마음속에 모였다. 

“참회와 발원은 언제나 함께 하는 거야.” 정진할 수 있도록 멀리서 이끌어주신 스님이 회향하던 날 해주신 말이다. ‘과연 나는 여태 발원해 본 적이 있었나, 진짜 참회를 해 본적이 있었나’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108대참회문 3-5-7 기도수행은 높은 아상에 빠져 스스로 갖은 고통을 만들던 나를 바른길로 인도했다. ‘참회와 발원’을 잊고,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감사함을 잊어 본인이 잘났다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살아가던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바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감사함을 잊은 적이 없는지 흐트러진 마음 조각을 모아본다.

[1640호 / 2022년 7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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