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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와 불교 인드라망 ①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2.07.25 16:54
  • 호수 1642
  • 댓글 0

살아있는 우주와 생명의 그물

인간 중심 극복해야 인류·자연 공존

소비지상주의·인간중심주의가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고대 신화와 불교 인드라망’이라는 제하의 기고를 보내와 6회에 걸쳐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인류사회 최대 도전은 공동의 비젼 즉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상력의 부재고 현대판 신화의 부재다.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보는 것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관통해 흘러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명체들, 나아가 만물을 바라보는 색안경이 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인 것이 소위 문화다. 인류는 문화시스템에 배태돼 있고 문화에 의해 형성되고 제약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대부분은 문화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삶의 현실 문화 내에서만 행동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깨닫는다는 것은 문화적 미망에서 깨어난다는 의미기도 하다. 만약 누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노예제를 인정하면서 깨달음을 운운했다면 뭔가 앞뒤가 이상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지배적 문화 패러다임으로는 글로벌 경제체제와 자본주의 운영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과시적 소비 경쟁 등 소비지상주의와 인간이 만물의 정점이며 자연과 생명은 도구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인간중심주의가 자리한다.

서구권에서 불고 있는 거대사 교육 열풍도 이러한 성찰과 노력의 일환이었다. 거대사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는 기후위기와 핵 등 주권 국가를 넘어선 지구적 합의가 시급함에도 학생들은 파편화된 생각들만을 배우고 있어 위험하다고 말한다. 인간중심의 세계사를 극복해야 인류와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사는 생각의 연결고리와 큰 그림, 우주의 일부분으로서 인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민족과 국가의 역사를 넘어서는 인류 공통의 역사의식 나아가 우주적 정체성까지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예컨대 138억년 전 빅뱅에서 물질이 탄생돼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지고 38만년이 지나 온도가 낮아지면 별이 탄생하게 된다. 별은 내부의 핵융합이나 죽음이라 할 수 있는 폭발을 통해서 산소, 탄소 등 다양한 원소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삶은 빅뱅과 별의 탄생·죽음 과정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을 빌려 약 100년 동안 사용할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그 모든 원자들은 지구 생태계로 반환될 것이다. 지구와 우주 인간의 몸이 동일한 질료로 구성되었다면 인간이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도 새삼스러울 게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주의, 인간중심주의의 대안으로 인류 공통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눈에 띄는 분야는 무엇일까? 현대 과학과 환경 분야다. 현대 과학은 과거 수백 년 동안 생명과 의식이 물질세계가 더 높은 수준의 생물학적 복합성으로 진화할 때만 나타나는 우주의 새로운 특성이란 생각을 고수했다. 오늘날 물리학은 ‘생명과 의식’이 우주의 기본 속성일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우주가 하나로 연결돼 있고 완전한 상호의존체계이며 엄청난 생명 에너지에 의해 찰나마다 하나의 교향곡으로 재생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의 근본적인 본질에는 존재의 모든 수준에서 얼마간의 선택의 자유가 있는 의식이 담겨있다. 즉 우리 세계는 기계적 우주가 아니라 확률과 불확실성으로 어지러운 양자기반의 세계이며 자유와 선택은 우주가 학습체계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우주관은 삶의 목적은 물론, 우리가 자연과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존 뉴턴의 기계적 우주론의 시각에서는 물질이 전부니 소비주의와 지구착취가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우주가 살아있다고 보는 인식의 패러다임에서 삶의 정수는 사람들과 관계, 자연과 관계이며 행복을 우리 자신 안에서 찾는 것도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완전한 상호의존 체계라는 깨달음은 우주 만물과의 연계의식을 느끼게 만들며 세상에 대한 연민을 일깨워 주고 윤리적으로도 모든 만물은 고유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우리 행동의 결과도 살아있는 우주에 공명해 윤리적 되울림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임을 안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642호 / 2022년 7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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