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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와 불교 인드라망 ③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2.08.16 15:12
  • 호수 1644
  • 댓글 0

신화가 주는 메시지

동물 먹는 두려움서 신화 발생

삶과 세계는 원래 잔인한 괴물
바뀜에도 한계가 있는 사실 인지만연한 사육·공장식 양식 속에서
육식에 대한 고민 찾기 어려워

인도 아잔타 석굴사원과 우리나라 사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귀면상 키르티무카. [한국 채식문화원]
인도 아잔타 석굴사원과 우리나라 사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귀면상 키르티무카. [한국 채식문화원]

신화란 영적 가능성의 실마리다. 마고성 신화는 인류의 시원을 설명하는 역사적 전개 같지만 실제로는 인류 내지 인간의 내부적 잠재성을 가리킨다. 키르티무카 신화 또한 생명의 온전한 드러남을 위해 삶의 엄정한 현실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율려를 회복함은 본래 우주의 빛과 음악을 일상 속에서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이나 신을 보는 것이요, 성스러운 일상의 회복이자 삶의 온전성 즉 우리의 삶에서 가능하지만 실현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는 열망의 실현이다. 타고르와 간디가 자신들은 ‘그 대양의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지극히 존경했던 까비르는 이렇게 노래한다.

“하아프의 소리 들려온다/ 손도 없이 발도 없이 춤이 시작된다/ 손가락이 없이 하아프를 켠다/ 귀 없이 그 소리를 듣는다/ 그는 귀다. 동시에 그는 듣는 자이다/ 문은 굳게 닫혔다. 그러나 그 속에 향기가 있다./ 이 만남은 누구도 엿볼 수 없다. 그러나 지혜 있는 이는 이를 이해할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명백한 교훈은 삶의 경이와 신비를 상징하는 최고신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삶은 잔인한 괴물이며 그런 본성에 기뻐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세상을 바꾸자고 한다. 그러나 삶과 세계는 원래 그런 것이고 바뀜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이는 현 국제 정치 체제가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사회계약설에 기초하고 기후변화 팬데믹 등 주권 국가의 범주를 넘어선 지구적 문제들에 속수무책인 점, 우리의 자아와 개인주의 또한 자본주의와 소비문화의 영향인지 공공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협소하고 과격한 특성을 띠고 있는 오늘날 현실에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신화에 따르면 세상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을 수 있는지 안다는 자들이나 사회를 먼저 바로잡고 나를 고치자고 주장하는 자들은 신의 평화라는 입구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모든 사회는 사악하고 슬프고 불공평하며 언제까지 그러할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이러한 곳에서 어떻게 살지를 먼저 배워야 한다. 이 일은 삶의 참모습을 아는 자 그래서 기쁜 슬픔과 슬픈 기쁨 속에 사는 법을 아는 자만이 가르칠 수 있다. 행위의 과잉보다는 비행위의 행위가 우선돼야 세상에 더 유익하고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신화 속 옛사람들이 생각하기로는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이 먹는 음식이 모두 영혼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먹이가 된 영혼들이 복수하지 않도록 달래는 것이야말로 삶의 최대 고민이었다. 그러나 삶에서 먹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삶의 전제조건이다. 내면의 신과 하나가 되고 율려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고성과 키르티무카 신화는 ‘생명이 생명을 먹어야 하는’ 문제의 성찰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현대의 대표적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이 삶의 전제와 인간의 마음을 화해시키는 데서 특히 동물을 죽여 먹이로 삼는 두려움에서 모든 신화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장식 사육이 만연해 있고 산업적 어업 및 공장식 양식업, 대규모 단일경작, 유전자조작 등 생명이 제도적으로 조작 파괴되고 있다. 더구나 인간마저 상품화돼 폐기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삶의 전제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의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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