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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와 불교 인드라망 ④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2.08.22 15:34
  • 호수 1645
  • 댓글 0

섭생의 우주적 맥락과 비거니즘

모든 생명체, 공동체 속 공생하는 문화

삶의 전제는 심리적 결핍에 있어
섭생 맥락 우주 차원 확장할 필요
자연, 도구·수단으로 보는 것 경계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흥행한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러시(Cowspiracy) - 지속가능성의 음모.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흥행한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러시(Cowspiracy) - 지속가능성의 음모.

유목사회 또는 농경사회라 하듯 삶의 전제에 수반되는 음식선택은 심리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문화적 심리 형태를 분석할 때 대상이 동물이냐 식물이냐는 인간 집단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는 하부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음식을 선택하고 대하는 인식과 태도에 있어 ‘풍요냐 결핍이냐’는 삶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전제와도 직결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믿음과 현재의 정치 경제의 잘못된 점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삶이 정글이라면 실제 정글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정글에서 자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기에, 이를 현실화한다. 과시적 소비 경쟁이나 소비주의 강박증, 무한 성장에의 집착 등은 삶의 전제가 심리적 결핍에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이자 작가인 릴케는 노래한다.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모든 물음에 대해 인내하라/ 물음 그 자체를 사랑하라/ 이제 그 물음 속에 살라/ 그러면 서서히.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먼 어느날 그 답을 살고 있으리라.”

깊게 살펴보면 삶의 전제에 대한 고민, 문제의식, 생명을 위해 행동할 힘도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우선 삶의 전제 즉 생명의 희생이 불가피한 엄정한 현실한계를 그대로 직시한다. 우리는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책임감에서 나아가 세계의 생명 의지를 자신의 생명 의지 속에서 체험하고 섭생의 맥락을 우주 차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확장을 통해 물질적 우주의 기본토대 및 근본 속성이 먹고 먹히는 우주적 에너지의 공유체계이자 상호의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주는 하나의 향연이고 우리는 이 우주적 향연의 손님이자 음식이다. 밥을 먹는 자이자 밥이며 삶에서 죽음, 다시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순환 속에서 이 양자를 포용하고 동시에 초월한다. 그리고 자비와 사랑이야말로 무한한 우주의 유일무이한 실재임을 자각한다.

 

먹는 것은 우주로부터 사랑과 자양분을 받고 있으며 고립된 존재가 아닌 마음을 설레게 하는 더 큰 전체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음식과 공양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격려받고 행동할 힘과 용기를 얻는다. 현재 지구는 인간의 필요와 연대에는 충분하지만 탐욕과 독점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비거니즘과 채식은 상호의존의 생명 원리에 입각한 자연 질서에 맞게 불가피한 생명체에 대한 폭력을 최소한으로 배려하고 필요와 연대에 따른 단순한 삶을 지향한다. 인간에 내재된 상호의존성의 풍요로움을 일깨우며 생명과 자연을 도구나 수단으로 보는 태도와 자세를 경계한다. 사실상 이름이 비건일 뿐 상호의존의 자각에서 우러나는 하나의 표현이며 이 자각을 강화하는, 눈에 보이는 삶의 방식이다. 모든 생명체가 지구공동체 속에서 공생하는 철학적 문화이자, 아이들에게는 좁은 의미의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에서 나아가 생명의 전체적인 상호 관련성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 생명 존중의 윤리를 북돋우는 교육의 실천적 자원이자 본보기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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