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접점을 연구해온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초기경전 ‘니까야’를 통해 대승경전인 ‘금강경’의 핵심을 찾아 들어간다. 산스크리트어, 빨리어, 한문원전 등을 비교하며 꼼꼼한 해석을 바탕으로 ‘니까야’와 ‘금강경’의 접점을 찾으며 ‘금강경’의 참 뜻을 밝힌 과정은 한국불교계 석학의 저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경전이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그만큼 다양한 해설서가 출간된 ‘금강경’. 이중표 교수는 ‘언어의 모순’을 간파해야 이 경전의 참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라고 부른다’는 형태의 ‘금강경 어법’은 읽는 이들을 혼란하게 한다. 말속에 모순이 들어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순된 언어가 따로 있고 논리정연한 언어가 따로 있다는 생각은 사실 언어에 사로잡혀 생겨난 번뇌이며 분별심을 꿰뚫어 보라는 의미”라고 이 교수는 간파한다. 이러한 구조의 난해함은 ‘니까야’와 비교해 해석할 때 더욱 쉽게 그 진의를 드러낸다.
책은 ‘금강경’의 산스크리트 원전과 한문본을 수록하고 이를 번역한 후 해석하는 과정에서 ‘니까야’와 다시 대조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금강경’ ‘제5 여리실견분’에 설해진 ‘(여래의) 특징이란 어떤 특징도 구족하지 않은 것’이라는 경구를 설명하며 이 교수는 ‘맛지마 니까야’의 ‘악기왓차곳따에게 설하신 경’을 펼쳐 보이며 ‘여래는 형색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렵다오’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이 같은 교차 대조를 통해 ‘여래는 모든 개념적인 분별과 관념적인 차별을 벗어나 생사가 없고 오고감이 없는 바다와 같은 존재’이며 동시에 우리의 참 모습임을 말하는 ‘금강경’의 속 뜻을 찾아간다.
이 책은 2016년 광주, 서울, 구례에서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던 내용이다. 이를 보충해 같은 해 간행된 바 있다. 2018년 전남대에서 정년퇴임 후 그간의 저술을 모아 전집 형태로 출판하면서 이번에 단행본으로 재출간됐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