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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기자명 수진 스님
정치(政治)란 정치(正致)이고 정취(正趣)여야 한다. 민중을 이롭게 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두려울 것이 없다. 천하를 얻었으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고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천하 백성은 그 분을 믿고 그 분을 존경한다. 국회 의사당의 노란 금 배지를 단 사람도 청와대의 국무를 담당하는 관료들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생명은 민중에게 있고 나의 생명은 나를 믿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뒷모습에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나의 생명을 맡겨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민중을 위하여 나의 생명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의 정치를 하여야 하고 소승(小乘)을 버리고 대승(大乘)의 정치를 하여야 한다. 대승의 정치는 이해 관계를 떠나 민중을 위한 정치, 정당을 버리고 4700만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한다.

정치의 폭력 현상은 실정(失政)의 고백에 불과하다. 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굶주리고 허덕이며 낮은 곳에 노니는 민중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는가. 그분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진실로 처절하게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셨는가. 제나라의 재상 관중(管中)은 임금이 음탕하면 자기도 음탕하였고 임금이 사치하면 자기도 사치하여 결국 나라는 패자가 되었다. 제나라 재상 전씨(田氏)는 임금이 지나치면 자기는 겸손하였고 임금이 거두어들이면 자기는 나누어주어 백성을 따르게 하고 결국 제나라를 얻게 되었다.

이 시대 정치인들이 한번쯤 새겨볼 만한 얘기다.

정치는 부자가 되는 길도 아니고 기능인이 되는 길도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사업을 하여야 하고 기능인이 되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 정치는 학자가 되는 길도 아니고 예인이 되는 길도 아니다. 학자가 되려면 학문을 하여야 하고 예인이 되려면 예술을 하여야 한다.

정치는 적어도 민중이 나아갈 방향을 선도하고 민중의 아픔을 누구보다 먼저 어루만져 주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민중을 리드하고 가난하지만 웃음으로 살게 하여야 한다.

천하를 얻기는 쉽다. 그러나 천하를 다스리기는 어렵다.
명예를 얻기는 쉽다. 그러나 직분을 다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정치 관료들은 천하 민중을 다스리고 웃음으로 살게 하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요, 의무이다. 무엇이 두렵고 번민스러운가. 두려울 것도 고뇌할 것도 없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고 국민에게 당당한 정치를 하라.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기술로 하는 것도 아니다.

민중을 담보로 유린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것은 한순간 복종과 리드를 지킬 수는 있지만 머지않아 정치적 누수현상과 불협화음을 자아내게 할 뿐이다. 정치는 분노와 폭거로 상대를 정복하고 민중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정법(政法)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정치(正致)적 중도(中道)로 민중의 가슴을 정복하는 것이다.

덕치(德治)는 무위(無爲)의 정치요 민중을 사로잡는 자비(慈悲)의 정치라 할 수 있다. 상대를 죽이는 정치가 아닌 상대를 살리는 정치, 공을 자랑하는 정치가 아닌 공을 상대에게 돌리는 정치, 살인 검의 정치가 아닌 활인 검의 정치, 역사 앞에 당당하고 국민에게 조롱당하지 않는 정치, 그것은 민중의 근본인 마음을 다스려 민중의 가슴을 정복하는 정치(政治), 그러기에 정치(正致)는 정취(正趣)인 것이다.


수진 스님/부산 해인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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