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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뉴멕시코대 리차드 헤이즈(Richard P. Hayes)교수

기자명 성청환

초기불교문헌 번역-해석…美 대표 인도불교학 연구가

뉴멕시코 주립대 리차드 헤이즈 교수는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인도불교학 연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불교학 연구방법이 성행하고 있는 미국에서 그가 학자로서 존경 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원전에 대한 문헌학적 해석의 정밀함이다. 둘째 뛰어난 원전해석 실력을 바탕으로 원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비판적인 철학적 사유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학문적인 인식과 실천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불교도로서의 삶이다.

헤이즈 교수의 중심 연구 분야인 불교 브라마나 학파는 5세기 이후의 인도불교의 큰 흐름인 인식론과 논리학, 언어학 분야를 통칭하는 것이다. 이 학파에 대한 논서들의 대부분이 한문으로 번역되지 못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서구에서는 산스크리트어 논서를 중심으로 문헌의 번역과 교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그러나 많은 서구의 학자들은 인도불교의 디그나가 이후의 논사들의 연구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띠면서 이러한 연구는 이전에 진행되었던 수많은 인도불교사와의 어느정도 단절을 의미할 수밖에 없었다.


범어-팔리어-티베트어 능통

이와 대조적으로 헤이즈 교수는 초기불교 아함을 비롯하여 구사, 중론을 아우르는 폭 넓은 문헌번역, 해석 작업 등을 진행해 오면서 서구 철학계에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그의 논문들은 초기불교와, 구사론과 중론에 대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의 이러한 연구 배경은 바로 산스크리트어를 중심어로 팔리어와 티베트어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뛰어난 원전어 실력에서 비롯됐다.

1972년 이후 10여년간 그는 토론토대학에서 다양한 불교 원전언어와 인도불교학과 철학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와더(A.K. Warder)교수로부터 팔리어를 배우고, 카츠라(Shoryu Katsura)교수와 함께 고전 티베트어를 습득하고, 구사론과 중관, 유식에 관한 논서들을 읽었다. 벤카타차리야(T.Venkatacharya)교수에게서 산스크리트사본 연구에 필수적인 파니니문법을 습득하였으며, 마티랄(Bimal Krishna Matilal)교수의 지도아래 인도학 전체의 논리학, 언어학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이 기간동안 그는 일본에서 2년간 수학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의 결실이 1988년 출판된『Dignaga on the interpretation of signs 』이다. 이 책에서 헤이즈 교수는 디그나가의 언어이론을 중심으로 불교 언어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찰했다. 디그나가의 논서 중에서 언어에 관한 장을 현존하는 두 종류의 티베트어 판본을 참조로 비교 해석하였으며 불교뿐만 아니라 인도철학 논서들에서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는 디그나가의 언어이론을 산스크리트 원전으로부터 추출하여 정밀하게 재구성하였다. 이와 함께 불교 언어 이론이 초기불교 아함에서 출발해 어떻게 회의주의적 시각을 견지하는지를 그리고 왜 불교에서 언어가 기본적으로 유명론인가를 자신의 논리로 일관되게 밝혀냈다.
이후 헤이즈 교수는 연구의 중심 주제를 디그나가를 계승하고 있는 인도철학사 최고의 논사라고 일컬어지는 다르마끼르띠로 옮겨간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불교의 인식론과 붓다와의 상관성이 잘 드러나는 인식론과, 논리학 부분을 집중적으로 번역했으며 현재까지 진행 중에 있다.

서구의 많은 연구자들이 산스크리트어 원전으로부터 정확한 해석에 머물고 있는 반면,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원전 해석에 근거하면서도 자신만의 비판적 사고가 담긴 논문들을 발표한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최근의 논문들을 보면 원전에 대한 직접적인 인용이 없어 마치 가벼운 수필처럼 불교학의 중심 주제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의 논문은 원전을 충분히 해석하고 난 후에 자신의 사유체계를 전개하는 것이므로 원전을 완벽하게 해석하지 않고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글들이다. 따라서 동일한 원전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사유체계의 논리성과 치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헤이즈 교수는 학문적으로 지금까지 한국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자신의 모든 활동이 이론적인 사유작업에만 머물렀다는 반성은 불교수행에 대한 직접체험으로 옮겨가게 했다.

그는 처음에는 스리랑카와 티베트 출신의 스님들로부터 불교 수행을 배웠으나, 이후 오랜 시간동안 토론토의 한국사찰에서 사무(Samu)스님으로부터 한국선불교를 체험하게 된다. 이때 그는 무불(無佛)이라는 법명을 수계 받기도 하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불법승이 조화된 불교적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색채를 띠고 있는 불교를 체험한 후, 미국인으로서 불교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의 불교학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로 발전한다. 하나는 미국 내에서 불교의 수용 문제이다. 이러한 고민은 가장 미국적인 사고라고 하는 프래그머티즘 철학과 불교 브라마나 학파의 비교 연구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종교다원주의에 관한 연구이다. 이러한 두 방향의 연구의 결실이 1998년에 발간된 『No Land of Buddha 』이다.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인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현지에서 수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Friends of the Western Buddhist Order’라고 하는 서구출신 스님이 조직한 불교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미국과 불교라는 두 가지 주제를 하나로 묶어내는 노력을 지속하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몬트리올 맥길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불교학생회를 조직하여 지도하게 된다.


토론토 한국 사찰서 수계 받기도

30여년의 학문적 연구와 20년의 수행 기간동안 그에게 지속되는 불교의 가장 큰 장점은 비판적인 태도와 독단주의로부터의 상대적인 자유로움이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는 불교를 처음 접할 때 가졌던, 자신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부정과 화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불교는 그로 하여금 서구사유의 출발점인 과학적인 사고와 무리 없이 조화될 수 있게 하였으며, 자신의 선조들은 자유와 종교적 관용을 추구하기 위해서 영국을 떠나, 사회 정치적으로 소외계층에 동등한 교육의 기회와 경제적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실천주의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자신의 정체성 확인은 또한 그에게 불교의 연구, 수행을 계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현실의 실존적 부정에서 출발한 불교학은 이제 그에게 세상과 조화되는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있다.

학자로서의 삶과 불교적 실천을 조화시키려는 그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집에는 부처님을 모시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매 수업시간 짧은 논문 형식의 강의 노트를 제공하는 진지함과, 학생들의 요구로 매주 14시간씩 수업을 진행하는 성실함은 아시아 문화에 대해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국 남부의 뉴멕시코주 학생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제시해 주고 있다.


뉴멕시코대 석사과정 성청환

aruna41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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