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 교수의 명상 길라잡이』 (도솔)

기자명 김형규
  • 교계
  • 입력 2004.03.29 11:00
  • 댓글 0

구도 체험으로 각종 명상법 분석

단학-위파사나 등 통렬히 비판

붓다는 가장 고차원적 깨달음 실현


여러분은 왜 명상을 하려고 하는가? 건강을 위해서, 즐거운 삶을 위해서, 아니면 참다운 인격 형성을 위해서, 물론 간혹은 성적 욕망을 위해서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대답도 있을 것이다. 치열한 구도 여정과 스승에 대한 끝없는 헌신, 맹구우목(盲龜遇木)의 인연. 명상법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요소들이 모두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명상법은 주변에 너무 흔해서 이제는 백화점의 물건들처럼 선택의 대상이 돼 버렸다. 명상의 목표가 끝없이 하향 조정돼 물욕화, 세속화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의 최종 목표는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깨달음’일 것이다. 혹은 신과의 합일. 우주와 합일 같은 고차원적인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하나의 명상법을 얻기 위해, 또는 배우기 위해 인생을 바치고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치열한 구도의 노력으로 다가간 궁극이 과연 진정으로 완벽한 깨달음일까? 그리고 예수, 공자, 마호메트, 노자, 석가의 깨달음은 모두 같은 것이었을까?

상명대 중어중문학과 박석 교수의 저서『명상 길라잡이 』(도서출판 도솔)는 명상을 하며 한번쯤 품었음직한 이런 의문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고찰한 거의 유일한 책이다. △요가와 탄트라 △단학과 도교 △유식과 선종 △사마타와 비파사나-지법과 관법 △유가와 도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책의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명상법을 폭넓게 비교 분석하고 있다. 특히 유대교의 명상법인 카발라, 가톨릭의 명상법인 묵상, 그리고 이슬람교의 명상법인 수피즘에 이르기까지 익히 알려져 있지 않은 서양 종교의 명상법까지 소개하고 있는 점은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 받는 것은 저자의 목숨을 건 구도 체험에 바탕을 둔 독특한 명상법 분석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지나치게 초월적인 요가, 실용성은 있지만 깨달음의 깊이가 없는 단학, 지나치게 염세적인 남방 위파사나 등 각 명상법에 대한 그의 평가는 교조적인 권위에 짓눌려 의문조차 불경시했던 금기들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박 교수는 특히 모든 명상법은 그것을 탄생시킨 그 지역의 세계관과 문화적 배경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박 교수는 이것을 집단주관의 틀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만약 신을 상정하는 명상법을 택하면 그는 신과의 합일을 통해 신이 주는 황홀경을 맛볼 것이고, 만약 공을 상정하는 명상법을 택한다면 그는 모든 것이 텅 비어 있는 절대 공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 또 에너지의 통로라 할 수 있는 요가의 차크라와 단학에서 말하는 경혈이 전혀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집단주관의 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깨달음이라 불렀던 그 체험들은 모두 주관적 착각일 뿐인가? 그렇지는 않다. 박 교수는 이러한 체험을 한다는 것은 그 체험자가 삶의 완성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본체를 체험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주관적 틀을 완전히 벗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이미 길을 가던 그자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또 삶의 완성도는 깨달음의 완성도와 비례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가장 고차원적인 깨달음을 삶 속에서 실현하며 가장 완벽한 형태로 전하고, 천수를 누렸던 석가모니의 삶이 가장 완전성에 가깝다는 평가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