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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되고 싶다면 지금, 모든 것 놓아버려라”

기자명 김형규

조계종 총무원장 법 장 스님

분별심만 없앤다면 부처님 참 뜻 체득


지혜는 손바닥 뒤집듯 생각 한 번 뒤집는 것


세여청산하자시(世與靑山何者時)
춘성무처불개화(春城無處不開花)
방인약문성우사(傍人若問惺牛事)
석녀심중겁외가(石女心中劫外歌)

지금 읊은 게송은 경허 스님의 시입니다. 세상과 청산이 누구의 것이던가. 내 것이냐, 네 것이냐. 어느 누구더냐. ‘춘성무처불개화’라 봄이 오니 성안에 꽃피지 않은 곳이 없고 ‘방인약문성우사’어든 혹시 어떤 사람이 경허 네 가풍이 무엇이냐 물으면 ‘석녀심중겁외가’라 돌계집 마음속 겁 밖의 노래함이로다. 이렇게 읊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참구해야 할 것은 돌계집 마음속 겁 밖의 노래라 이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한번 참구하시면 그동안 선원장 스님들이 하셨던 그 법문의 참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사진설명>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3월 21일 조계사 법당에서 경허-만공 스님의 삶에 대해 법문했다. 스님은 이날 손바닥을 펴보이며 “부처가 되고 싶거든 바로 이자리에서 모든것을 놓아버리라”고 설법했다.

경허 선사와 만공 선사는 불법이 쇠락한 대단히 어려운 시절에 혜성처럼 나타나셨습니다. 두 스님의 존재는 태산과 같아서 조계 문중에 은혜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고, 밝은 덕화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분들은 무소유와 격렬한 조사선의 가풍으로 일체를 제어했습니다. 여러분들께 간곡히 말씀드리노니 옛 고인이 말씀하시기를 법문을 들을 때는 살얼음 밟는 것처럼 하라.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저 사람이 잘생겼느니, 말을 잘하느니, 옳으니, 그르니, 쉬우니, 어렵니 하는 말을 하지 말라. 이 말입니다. 이런 분별심만 없앤다면 말 이전의 부처님의 참 뜻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은 49년을 설하고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좬허공장경좭에 말씀하시길 명상도 마음이요. 문자도 마음이며 대저 부처님이 이를지라도 곧 마음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양산 선사께서는좬열반경좭40권이 모두 마설이라며 크게 경계심으로 가르치셨습니다. 부처님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간절한 마음으로 가르쳤으니 시혜 대중들은 신심과 원력으로 또한 경허 선사와 만공 스님의 사상을 마음으로 들어 생사에 자제하고 걸림이 없는 삶이 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경허 선사께서는 1845년에 호남에서 태어나서 9살에 안양 청계사에서 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이후 은사 스님이 환속하는 바람에 절을 떠나 당시 대 강백이었던 동학사 만화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스님은 만화 스님에게서 열심히 배우고 익혔는데, 후에 만화 스님은 200여명의 대중을 모아 놓고 모든 강의를 경허 스님에게 부촉하는 전강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강백이 되어 강의를 하던 스님은 어느 날 문득 은사인 계허 스님이 보고 싶어 걸망을 지고 계허 스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는 도중 천안에서 호열자병을 만게 되었는데 염병이라고도 하는 이 병은 한번 걸리면 반드시 죽고야 마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경허 스님은 여기저기 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처님의 경전에 생사가 없다”고 대중에게 가르쳤던 내가 지금 생사에 허덕이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통탄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동학사로 돌아와 대중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금까지 했던 부처님의 말씀은 모두 부질없는 소리이니 시혜대중은 근기와 인연에 따라 떠나시오. 이렇게 이르고 문을 닫아걸고 화두 정진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스님의 화두가 ‘여사미거(驪事未去) 마사도래(馬事到來)’라. 나귀의 일이 끝나기 전에, 말이 일이 또 돌아왔도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무섭도록 용맹정진을 했는지 스님은 밥도 물도 먹지 않았습니다. 졸리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렀고, 뾰족한 칼날을 턱에 대고 목숨을 걸고 일념으로 정진을 했습니다. 이렇게 정진을 하던 어느 날 사미가 와서 말하기를 어떤 거사가 중노릇을 어떻게 하느냐 물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예불하고 도량 소제하고 밥하고 경보고 빨래하고 이렇게 삽니다. 이렇게 대답했더니 그 거사가 이 사람아 그렇게 중노릇하면 고삐 뚫을 구멍 없는 소가 되느니라. 이렇게 일렀는데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스님은 갑자기 의심 덩어리가 한꺼번에 툭 터지면서 홀연 활철대오 했습니다. 스님은 방 밖으로 나오면서 사고무인(四顧無人)이니 의발수전(衣鉢受傳)이니라.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구나. 의발을 누구에게 전할꼬.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러분. 경허 스님이 학문이 부족합니까. 인물이 못났습니까. 주위에 사람이 없었습니까. 그럼에도 사람이 없구나.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구나. 의발을 누구에게 전할꼬. 이같이 말씀하셨다. 이 말이 여러분의 가슴을 툭하고 치며 다가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 또한 자기 삶을 걸림 없이 살 수 있는 참 발심자가 됐다. 이렇게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허 선사와 만공 스님은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허 스님에 대해 환속하고 술을 먹었다 이렇게 계면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허 스님이 동학사 토굴에서 깨치고 난 후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구나. 이 법을 누구에게 전할꼬. 라고 했듯이 그 시절은 유생의 핍박에, 또 일제의 압제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경허 스님은 바로 이러한 때에 서당이면 서당, 주막이면 주막, 저자거리면 저자거리에서 부처님의 생사가 없는 법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의 안락한 삶을 위해 불법을 펴셨다는 것을 알아채는 안목이 여러분에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불교는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면이 많습니다. 부처님과 옛 조사님들은 마음을 깨치면 부처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정말로 부처가 되는 공부를 하라고 했지, 다른 것에 주력하고 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러분 정말 부처가 되고 싶으십니까. 만약 부처가 되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지금 이 순간 모두 놓아 버리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욕심내고 시비하고, 좋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모두 놓아버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병신노릇만 하고 지낼 것이라고 저는 단언한다. 여러분 주먹을 들어보십시오. 이 주먹이 욕심입니다. 이 주먹이 펴지지 않으면 병신입니다. 펴서 오므려지지 않으면 이것도 병신입니다. 어떻게 하면 병신노릇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오므렸다 폈다하면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오므렸다 폈다하는 이 짓을 하고 있는 것도 병신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 안에 지혜가 있습니다. 멋이 있습니다. 생사 없는 부처가 있습니다. 그것이 뭐냐 가르쳐 들릴까요. 오므렸지요. 펴졌지요. 이것이 지혜입니다. 바로 부처요 생사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바로 생각을 한번 홀딱 뒤집는 것과 같습니다. 손바닥과 손등을 뒤집는 것. 생각 한번 뒤집는 것. 이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차별이 없습니다. 수동에서 능동으로,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불자가 사회가 국민이 다 함께 살수 있는 길을 찾아 뭉쳐야 합니다.

내 생각을 바꿔 뭉친다면 이 우주법계가 바로 극락정토입니다. 금고에 금은보화를 가득 채워놓았다 하더라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고민스러우면 그것이 바로 무간지옥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이 이치를 깨닫는 자리가 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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