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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바느질한 가사 수하고 감로수 되소서"

기자명 주영미
  • 수행
  • 입력 2004.04.06 18:00
  • 댓글 0

신행화제-통도사 30여불자 한달간 가사 불사

“신도들이 정성껏 만든 가사 입으시고 수행정진 하시어 세상을 맑게 하는 감로수가 되어주소서.”


<사진설명>영축총림 통도사 가사당에서 30여 주부불자들이 가사용 의류를 직접 바느질 하고 있다.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박고, 다림질하는 불자들. 그리고 밖에서 이리 저리 기웃거리며 신기한 눈빛으로 법당 안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그 와중에도 모든 공정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스님. 쉴새없이 돌아가는 재봉틀처럼 불자들이 쉴틈 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경남 양산 통도사 영산전에는 ‘가사당’이라고 붙여진 현수막이 걸려있다. 윤달을 맞아 스님들께 공양할 가사불사 현장이다.

편수스님 지도로 한땀 한땀 정진

은사 스님으로부터 상좌 스님에게만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제작 방법이 전수되어 오던 가사. 그러나 오늘날에는 일반 승복점에서도 거리낌없이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있다. 사찰에서 가사를 짓는 모습은 오히려 진풍경이 된지 오래다. 특히 30여 명의 신도들이 스스로 나서 가사담당, 즉 편수 스님의 지휘아래 까다로운 과정을 꼼꼼히 따르며 가사를 만드는 모습은 통도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색다른 환희심으로 다가가고 있다. 바늘 한 땀, 다림질 한번이 공덕이 되어 더욱 고운 빛깔을 내는 가사에 담긴 신심이야 어디 비할 데가 있을까.

3월 21일부터 통도사에 방부를 두고 불사에 진력하고 있는 편수 보성 스님을 비롯한 재가신도 30여명이다. 이들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철저한 시간표에 맞춰 4월 18일까지 꼬박 한 달을 바늘 수행, 천 수행, 다리미 수행에 보내고 있다.

재봉들, 다림질, 단추매듭 만들기 등으로 일을 분업해 불사를 진행하고 있는 불자들은 “가사불사 바늘 세뜸의 공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처음에는 어설프고 서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서 익어 이제는 환희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 년째 가사불사에 동참해 이제는 가사 공정 중 가장 핵심으로 손꼽히는 가사 조각을 이어 붙이기 작업을 맡고 있는 한가영(55. 원심화) 씨는 “불자들이 만든 가사를 입은 스님이 열심히 수행 정진하시어 다시 불자들에게 감로법을 회향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환희심이 든다”며 힘든 일은 잠시라고 말한다. 가사불사에 동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권순자 씨와 최남선 씨도 “가사가 이렇게 다양한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지 이제야 알았다”며 “회향 할 때까지 항상 변함없는 마음으로 불사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가사 불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보성 스님은 “가사 조각의 수가 품수를 나타내며 가사 자체는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부처님은 25조의 가사를 걸치셨다”고 가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불자들을 격려했다.

통도사와 다른 사찰 스님들께 보시

대목장이 되기 위해 수 십년간 나무만 나무 깍는 과정을 거쳐야 하듯 보성 스님도 자운 스님으로부터 법장 스님에게 이어진 편수의 맥을 물려받아 79년부터 조편수, 부편수 소임을 거쳐 현재 도편수에 이르고 있다. 부산 용주사 주지 소임도 맡고 있는 스님은 “예로부터 가사는 사찰에서 스님들이 직접 만들었을 만큼 소중하게 다뤄졌었다”며 “요즘은 가사불사를 하더라도 대부분 승복점에 맡겨서 정성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편수의 대가 끊길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번에 불자들의 손으로 제작되는 가사는 평소에 간편하게 수할 수 있도록 목에 거는 형태로 제작되는 5조 안타회, 사미승이 되면 받는 7조 울다라회, 비구계를 수지할 때 받는 9조 하품하상과 11조 하품 중상 등 총 4가지 종류다. 통도사 측은 이 가사를 통도사 대중뿐만 아니라 각 제방 본사 큰스님과 가사를 필요로 하는 스님들께 보내기로 했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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