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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의 무게는 얼마일까?

기자명 법보신문
말 한마디의 무게는 얼마일까?

일 진 스님
운문사 강원 학감

내가 사미니율의(沙彌尼律儀): (처음 출가한 예비스님들에게 가르치는 생활규범)를 배울 때의 이야기로 기억된다.

「사리불 존자는 어리나 총명한 균제에게 차례차례 법문을 일러주었다. 마음이 열려 아라한을 성취하고 두루 공덕을 갖추게 된 사미 균제는 마침내 자신의 혜안(慧眼)으로! 자나간 세상일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균제는 자신이 전생에 한 마리 개였던 것과 스승의 은혜로 사람의 몸을 받아 도를 얻게 된 사실을 알았다.

그는 깊은 환희심으로 맹세 하였다. ‘나는 스승의 고마운 은혜를 입고 짐승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아라한이 될 수 있었다.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스승을 잘 모시고 시봉하며 끝까지 사미의 신분으로 있으리라.’

이 때 아난다 스님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균제 사미는 전생에 어떤 악업을 지었기에 개의 몸을 받았으며, 또 어떤 착한 업을 지었기에 해탈의 경지에 이르른 것입니까?”
부처님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과거 가섭불 시대에 여러 비구들이 한곳에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데 한 비구는 음성이 낭랑하여 범패를 잘 하였으나, 한 비구는 나이가 많아 음성이 둔탁해서 범패를 잘 하지 못했지만, 항상 노래를 부르며 혼자 즐겼다. 어느 날 음성이 고운 젊은 비구가 노비구의 둔탁한 범패소리를 듣고 조롱하였다.

“스님의 음성은 마치 개 짖는 소리 같습니다.”
노스님은 자신은 이미 아라한이 되었고 사문의 위엄과 법도를 완전히 갖추었노라 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주었다. 이 말을 들은 젊은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면서, 온몸이 굳어 가는 것 같음을 느꼈다. 그리고 곧 뉘우치면서 참회했다. 노스님은 그 참회를 받아주었으나, 젊은 비구는 덕있는 노스님의 노래를 개 짖는 소리 같다고 조롱한 한마디 말의 과보로 개의 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출가하여 청정하게 수행을 잘 했기 때문에 해탈을 얻게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이 이야기를 부주의한 말에 대해 겁주려는 교훈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 뒤의 일이 더 큰 사실로 느껴지는 지금, 그 말의 진실성에 대한 무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여럿이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 같지 않다. 모습, 목소리, 생각, 느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진다. 그 표현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발언(發言), 말이다. 말은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를 알게 하고, 그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알게 한다.

그 말에 대한 반응 또한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말로 한다. 결국 말이란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매체임에 두말의 여지가 없다. 이 말의 소통이 사람끼리는 물론이고 모든 생물에 대해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기운(氣運)이 있음을 느낄 때 무심코, 혹은 자기 집착에서 불쑥 내뱉은 한마디의 말이 윤회의 쇠사슬로 묶여 버린다는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의미심장하다. 이 교훈을 통해 몸짓 하나, 말 한마디, 한 생각이 새삼스레 두려워진다.

이제 말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기가 왔다. 말에는 진실한 말, 사랑의 말, 자신과 상대를 살리는 말도 있지만 더러는 진실을 가리는 말, 차라리 하지 말아야 할 말, 헛말, 절망을 주는 말,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기 위한 말, 타인을 비방하고 헐뜯는 말, 미움과 시기의 말도 있다.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희망 담긴, 때로는 침묵보다 더 허망한 말들을 듣게 될까? 말하는 이, 듣는 이 모두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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