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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가피와 지극한 평안에 이르는 길

  • 출판
  • 입력 2023.03.06 13:49
  • 호수 1671
  • 댓글 0

불교기도문
동명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304쪽 / 1만7000원

일상기도·부처님을 향한 기도·정진기도·법회기도 등 주제 다양
어려운 불교용어 대신 쉬운 일상언어 사용해 누구든 활용 가능
기도 통해 선업으로 향할 때 번뇌가 잦아들고 행복할 수 있어

스님은 “인간은 누구나 기도하며, 인간이 행하는 모든 선한 행위에는 긍정적인 기도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불광출판사]
스님은 “인간은 누구나 기도하며, 인간이 행하는 모든 선한 행위에는 긍정적인 기도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불광출판사]

사찰에서 기도는 일상적이다. ‘초하루기도’ ‘삼칠일기도’ ‘백일기도’ ‘천일기도’ ‘철야기도’ ‘관음기도’ ‘지장기도’ ‘다라니기도’ ‘방생기도’ 등 숱한 기도들이 있다. 그럼에도 기도는 종종 부정되거나 평가절하된다. 일부 스님과 불교학자들조차 “불교는 자력종교이고 수행의 종교이므로 빌고 바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라거나 “기도는 하근기 중생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낮잡아 말한다. 이러다 보니 불교 안에서 기도의 위상은 대단히 낮다. 그러면 기도는 불교가 아닌 걸까. 물론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기도는 실천이지 이론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남의 도움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불보살님의 불가사의한 힘에 의지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 기도이다.”(일타 스님) “불자의 기도는 참다운 삶의 실현이며 영원한 참 생명인 부처님의 무량공덕생명과 하나 되는 길이면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과 복덕의 문을 여는 창조적인 실천이다.”(광덕 스님) “기도의 에너지는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찾아든다. 기도는 우리 자신을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와 여기 존재하는 평화와 이어준다.”(틱낫한) “기도는 악을 멸하고 선을 닦는 것으로 기도가 수행이고 수행이 기도다. 기도를 낮게 보는 것은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종범 스님)

명망 있는 많은 스님이 기도 공덕을 찬탄하고 있으며 기도가 수행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불교기도문’ 저자 동명 스님의 견해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스님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기도한다. 기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도하는 ‘의식’을 행하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물론 평소에도 기도한다는 것. 그래서 인간을 ‘기도하는 인간’ 즉 ‘호모 프레케스(Homo Preces)’라는 소설가 조성기의 정의에 적극 공감한다. 더 나아가 인간이 행하는 모든 선한 행위에는 긍정적인 기도가 담겨 있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스님은 한국 불자들이 다른 종교인에 비해 기도하는 생활 습관이 배어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한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불교 탄압의 역사를 거치며 신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일지도 모른다고 그 원인을 조심스레 추정한다. 그렇기에 오늘날 불자들이 생활 속에서 기도하고, 기도를 생활화할 것을 강조한다. 우리 행위가 기도를 통해 선업으로 향할 때 번뇌가 잦아들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기도문은 법회 의식은 물론 일상에서 기도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스님의 의도에서 비롯됐다. 어려운 불교용어보다 쉬운 일상 언어를 사용하고,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도문들이다. 1장은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가정과 직장 등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생활기도문을 담고 있으며, 2장은 탄생에서 죽음까지, 사람의 일생 전환기에 해야 할 기도문들이다. 3장은 1년의 주요 절기를 중심으로 한 기도문을 엮었다. 4장은 부처님의 생애 및 성지와 관련된 기도문을, 5장은 수행 정진과 관련한 기도문을 담았다. 6장과 7장에서는 각종 법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발원문을 모았다. 진정한 기도의 힘은 ‘나’를 넘어서 ‘우리’를 향할 때 발휘된다는 진리를 더 많은 사람이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껏 불교 기도문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스님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된다. 스님은 출가 전인 1989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4년에는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해 20년간 활동한 저명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다. 숱한 시집과 평론집을 펴냈으며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2010년 조계종 전 포교원장 지홍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에도 수행과 경전공부에 매진하면서 선시 수상집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기도문이 유려하고 아름다운 것도 스님의 탁월한 시적 감수성과 사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이 아침, 푸르고 맑은 몸과 마음으로 합장하며 발원합니다. 질투하고 성내는 마음 버리고 선하고 깨끗한 본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슬기로운 하루, 감사하는 하루, 기쁨의 하루를 살겠습니다. 용서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하루를 만들겠습니다. 부처님! 날마다 신선한 놀라움과 감동의 나날이기를 바랍니다.’(‘아침을 맞이하며’ 중)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새 생명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 세상의 훌륭한 일꾼이 될 수 있도록 한량없는 가르침을 베풀어 주소서. 이 아이가 세상에서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않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않게 하소서.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형편이 잘 풀릴 때 오만하지 않게 하소서.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 알고, 터지는 분노야말로 가장 무서운 적임을 알게 하소서. 때로는 풍류를 즐기되 향락 앞에서는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불의 앞에서는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울 수 있게 하소서.’(‘탄생을 축하하며’ 중)

이렇듯 ‘아침을 맞이하며’ ‘식사를 하기 전에’ ‘퇴근하며’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반려동물을 위하여’ ‘슬프거나 우울할 때’ ‘감사할 일이 있을 때’ ‘상처받았을 때’ ‘첫돌을 축하하며’ ‘생일을 축하하며’ ‘대입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을 위하여’ ‘시험 준비하는 사람을 위하여’ ‘문병기도’ ‘임종 기도’ ‘새해를 맞이하며’ ‘성지를 순례하며’ ‘일요법회’ ‘송년법회’ ‘호법 서원’ ‘전법 서원’ 등 다양하다.

스님이 말하는 기도는 어렵지 않다. 그저 마음을 모아 꾸준히 기도하면 온갖 염원들이 힘을 얻게 된다. 기도문에 자신의 서원을 굳건히 담아 기도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반드시 기도가 이뤄짐은 이미 모든 불보살님이 증명한 바다. 기도는 지극히 불교적이다. 기도 없이 서원이 단단해질 수도 없다. 기도를 통해 불가사의한 가피와 지극한 평안함에 이를 수 있는 길이 이 책에 담겼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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