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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처경(念處經) ③

기자명 법보신문

집중이 잘되는 부분부터 관찰하라

비구들이여, 비구는 어떻게 몸에서 몸을 따라 관찰하면서 머무는가?
비구는 숲으로 가고, 또는 나무 아래로 가고, 또는 텅 빈 장소로 가서, 가부좌를 틀고 몸을 똑바로 세워 앉아서, 면전에 알아차림을 확립한다. 그는 집중된 알아차림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집중된 알아차림으로 숨을 내쉰다. 길게 숨을 마실 때는 ‘길게 숨을 들이 마신다’고 분명하게 알며, 길게 숨을 내쉴 때는 ‘길게 내신다’고 분명하게 안다. 짧게 숨을 마실 때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신다’고 분명하게 알며, 짧게 숨을 내쉴 때는 ‘짧게 내신다’고 분명하게 안다.

좬염처경좭에서는 몸에 대한 관찰을 호흡, 자세, 기능, 부위, 요소, 시체 등 여섯 가지로 예시하고 있다. 서구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몸을 욕망의 상징이나 본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좬염처경좭은 몸과 욕망을 분명하게 구별한다. 욕망은 마음의 현상으로 분류하고, 몸에 대한 관찰은 오히려 해부학적 접근방식을 택한다. 몸은 독립된 알아차림의 대상이고, 장소이다. 몸은 모든 현상을 포괄하는 유기체로 관찰될 수도 있지만, 좬염처경좭은 느낌, 마음 등과 구별되는 몸의 현상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이다. 예를 들면 가슴에서 느끼는 통증은 분명하게 몸의 증상이지만, 그것을 몸의 관찰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느낌이나 마음의 관찰대상으로 분류한다.

몸과 함께 이루어지는 관찰의 대상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호흡이다. 물론 호흡이나 자세의 관찰은 알아차림의 확립이 그 목표이다. 호흡이나 자세를 일정한 형태로 통제하는 연습은 결코 아니다. 불교에서 호흡의 관찰은 자연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서 요가와 같은 다른 종교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방식과 구별된다. 자연스런 호흡의 조건에 수순하면서, 그것이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관찰한다. 하지만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기준이 되는 신체의 부위는 지도자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 좬염처경좭에서는 다만 ‘면전’이라고 했지만, 코끝인지 혹은 단전인지, 아니면 접촉된 신체의 다른 부분인지는 해석자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다. 집중이 잘 되고, 본인이 편한 부분을 결정하여,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면 된다고 본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안으로 몸에서 몸을 따라 관찰하여 머물고, 밖으로 몸에서 몸을 따라 관찰하여 머물고, 안팎으로 몸에서 몸을 따라 관찰하여 머문다. 이와 같이 비구는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물고, 몸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물고, 몸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문다. 이때 또한 비구는 ‘이것은 몸이다’고 하는 알아차림의 확립이 있다. 이러는 한에서 오직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지혜가 있다. 그럼으로써, 비구는 의지함이 없이 머물고, 어떤 세상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몸에서 몸을 따라 관찰하여 머문다.

여기서 몸을 호흡과 관련시켜 관찰할 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안팎으로 관찰하라’는 것이다. 소마 테라에 의하면 ‘밖으로’ 관찰하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고엔카 는 텅 빈 장소나 나무 아래에서 좌선을 할 때를 전제한다면 다른 사람의 호흡을 관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별로 중요한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몸을 밖으로 관찰한다는 의미를 신체의 표면으로 해석한다. 이점은 결과적으로 그가 신체의 표면을 순서대로 관찰하는 수행방식을 채택한 근거가 되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때도 경전의 문맥에서 볼 때, 느낌보다는 호흡과 관련하여 해석함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점은 다음 구절인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라’는 표현과도 관련된다. 현상(法)이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지지만, 여기서는 호흡을 가리킨다고 본다.

때문에 좬염처경좭에서는 호흡의 ‘길고 짧음’, ‘안과 밖’, ‘일어남과 사라짐’을 관찰하는 일은 바로 몸을 존재하는 그대로 자각하는 일이다. 이때의 몸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놓인, ‘일어남’이고 ‘사라짐’이다. 이와 같이 알아차림이 확립되는 한에서 우리는 몸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탈되고, 그러는 한에서 우리는 지혜를 증득한 것이다.

〈인경 스님 선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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