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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홍 박사의 『한국사상사 불교사상 편』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4.12 16:00
  • 댓글 0

한국불교사상의 새로운 조명

동대 중심 불교사 풍토에
한국사 학자의 저서 ‘신선’


맹목적 서양 추종 탄식
우리사상 우월함 입증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최소한) 우리 철학계의 흐름은 서양철학과 유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철학이었다. 불교가 인도철학과 함께 인문대 철학과의 연구테마 속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다. 한국사상사 역시 유학 중심이었다. 불교는 동양철학 속에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불교학은 동국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첫째 불교(학)는 조선조 500년 동안 숭유억불로 인하여 거의 전멸한데 반하여 유학은 하늘을 찔렀던 후광 때문이었다. 둘째 근대 이후 불교의 학문적 발전은 너무 거북이 걸음이었다. 이처럼 유학 중심의 일방적 한국사상사 연구 속에서 최초로 불교사상에 대하여 그 가치와 의미를 발견 부여하고 또 보다 객관자적인 입장에서 서술한 책이 박종홍(朴鍾鴻) 박사의 『한국사상사 -- 불교사상 편』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한국사상사 연구에 있어서 거의 무시에 가까울 정도로 소외와 푸대접을 받고 있던 분위기 속에서, 불교학자가 아닌 한국사상사를 전공한 석학의 손에 의해 쓰여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만일 일반학자가 아닌 불교학자의 손에 의해 쓰여졌다면 이 책의 의미와 파급효과는 오히려 반락했을 것이다. 또 이 책은 불교학계와 일반학계를 통털어서도 단행본으로는 처음이었다(단편 논문은 있었지만). 좀 지나친 평가일지는 모르나 어쩌면 이 책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불교가 철학 사상계로부터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사상사 속에서 제 위치를 찾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박종홍 선생은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하여 세계 사상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특색을 갖는 탁월한 사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초점은 ‘오랜 역사와 문화, 사상과 전통 속에서 이미 ’한국적 사유‘, 그리고 ’우리 것‘으로 정착해 버린 불교사상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불교와 유학 등 한국사상에 대하여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해방 후 빵과 버터, 치츠의 서구문화가 밀려오면서 외국유학파 대부분은 ‘우리 것’이나 ‘우리 사상’은 비하했다. 외래 사상이나 문물, 문화 등에 대하여 극찬하던 사조(思潮), 그래야만 지식층으로 비춰졌던 사조에 대하여 저자는 탄식조로 비평한다.

그는 승랑(僧朗)을 일컬어 “한국인들이 철학적 사색능력을 갖게 된 것은 불교사상의 획기적 전개(즉 승랑의 인식방법론)에 의하여 비로소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평했고, 원칙(圓則)에 대해서는 “정치(精緻)한 의식분석(유식)으로써 유식철학에 있어서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들과 어깨를 겨루어 오히려 탁월한 우위를 차지했다”고 평했다. 또 원효에 대해서는 “불교의 여러 종파적 사상을 섭취 지양하여 이것을 우리의 평상적인 생활 속에 살림으로써 새로운 획기적인 발전의 기초를 확립했다”고 평했다. 의천에 대해서는 “교(敎)와 관(觀=禪)을 함께 닦아 전통의 확립과 주체성을 선양했다”고 평했고 보조국사 지눌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지눌의 사상을 탐구 천명함으로써 한국불교사상이 어떤 점에 있어서 그의 특색을 발휘하고 있는가가 밝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1963년부터 『한국사상』이라고 하는 학술잡지에 연재했던 것을 1972년 ‘서문문고’의 하나로 간행된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한 권의 저술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다. 평소 한국의 불교사상가들의 사유세계와 삶에 대하여 꼭 한번 탐구해 보고싶은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체계적이며 정밀한 연구는 아니지만 불교사상의 큰 흐름과 가치를 대중적인 단행본을 통하여 소개한 경우는 처음이다. 문고판 232쪽, 1972, 서문당 ‘서문문고’.

윤창화 〈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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