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세계화 원사료 DB 구축 한국 논문 영문화 필요”

기자명 권오영

인철학회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내한 곰브리치 교수

영국 옥스퍼드대 곰브리치 교수가 오는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타워호텔에서 열리는 ‘인도철학회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곰브리치 교수는 옥스퍼드대 졸업하고 70년 옥스퍼드대 동양학부에서 『계율과 실천: 스리랑카 고원지대의 전통적인 불교』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대 동양학부 남아시아학과에서 범어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주로 우파니샤드와 초기 경전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세계적 불교석학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94년 팔리경전협회(Pali Text Society)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곰브리치 교수는 “한국불교가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한국어 보급과 함께 학술 자료를 영문화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곰브리치 교수를 지난 4월 14일 동국대에서 만났다.

▲한국불교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한국불교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1600년 이상 끊이지 않고 대승불교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불교를 대표하는 중국불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전통이 퇴색돼 과거 중국불교와의 단절을 가져왔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오랜 역사 속에서도 그 전통을 간직하고 있고 대승불교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동북아시아 대승불교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가장 이상 곳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불교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중국, 일본, 남방 불교에 비해 서구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으며 극복할 방안이 있다면.
“한국불교가 영국, 독일 등 유럽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한국불교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언어적인 문제로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학자들이 거의 없어 한국불교를 소개하거나 연구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 줄어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유명대학에 한국어과를 개설해 한국어를 보급하거나 한국불교학 자료를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기초작업이 될 것이다.”

▲한국은 한역경전권에서 형성된 불교이다. 따라서 팔리어 계통의 경전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북방불교권에서 팔리어본 경전이 갖는 중요성이 있다면.
“부처님의 초기 근본 가르침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북방이나 남방 불교 할 것 없이 불교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팔리어 경전은 초기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장 근접한 경전이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팔리어로 만들어진 경전을 연구하는 것은 초기 부처님의 가르침에 빨리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팔리성전협회가 『쌍윳다니까야』에 이어 『맛지마니까야』를 번역했으며 나머지 니까야를 모두 번역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불교에 있어 초기 경전을 번역하는 작업이 갖는 의미는.
“초기경전에 대한 연구는 이미 세계 불교학계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대승불교권에 있는 한국불교에서 이런 초기경전을 번역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는 것은 한국불교가 세계 불교학계의 동향에 발맞춰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논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를 두는 논문이 있다면 어떤 것이며 이 논문이 갖는 의미는.
“개인적으로 96년에 발표한 『불교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How Buddhism Began)』에 애정을 갖고 있다. 이 논문은 94년 런던의 SOAS에서 있었던 ‘조던 강좌(Jordan Lecture)’에서 강의한 내용을 모은 것으로 이는 부처님의 독특한 대화법인 대기설법과 다양하게 사용된 비유들을 주목하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부처님의 의도를 알아내 가는 작업으로 초기불교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법이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스리랑카를 직접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불교학자로서 현장을 왜 답사한 것이며, 이것이 오늘날 선생의 불교학 정립에 어떤 도움이 됐나.
“불교 학자가 경전만을 연구하는 것은 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실제 부처님의 가르침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경전내용과 현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관찰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스리랑카를 현장 답사함으로써 경전에 나타난 불교와 현재 살아있는 불교가 어떤 점이 같고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이후 불교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귀중한 밑바탕이 됐다.”

▲현대불교학은 유럽에서 출발해 수많은 연구성과를 낳았고 불교가 탄생한 동양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유럽 불교학이 쇠퇴의 길로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유럽의 불교학이 80년 이후 침체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단지 불교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정부에서 요구하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인문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어 인문학에 대한 연구가 자연스럽게 쇠퇴의 길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불교학 분야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이유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봐야할 것이다.”

▲오늘날 유럽인들에게 불교는 어떤 의미를 갖나.
“유럽에서 불교는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종교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반드시 자기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과 사상은 기독교적인 사상에 물들어 있던 유럽인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메시지였다. 이런 점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옥스퍼드 불교학 연구센터를 설립해 계속해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옥스퍼드대에는 불교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없어 도서관과 박물관에 남아 있는 수많은 자료들이 자칫 사장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 것이다. 옥스퍼드 불교학연구센터에 동양학과, 신학과, 평생교육원 등을 신설해 불교학 강의와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