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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간의 비열함을 일깨운다”

기자명 법보신문
수 진 스님
부산 해인정사 주지

올해도 자연의 거대한 장엄 속에 태초의 신비를 그려보는 가슴 쓰림이 시작 되었다.
맑디맑은 연초록의 그림이 나지막한 산비탈에서 고봉의 정상까지 당신의 춤사위를 한껏 불러 모으고 인간의 욕심나래를 접게 하려 살며시, 살며시 웃어 보인다.

일찍이 그 누구도 연초록 나부끼는 東君(동군: 봄신)을 불러 모은 적이 없다. 그들에게 산야를 푸르게 하고 百花(백화)를 웃음 짓게 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다.

그러나 때가 되면 어김없이 오는 그리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자리를 양보하는 자연의 섭리, 그 인과의 원리는 분명하다.

크게 한번 눈을 돌려 보자. 하늘은 時雨(시우)를 내려 천하 만물을 생장시켜 주지만 천하 만물을 생장시켜 주었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당신의 공을 절대로 자랑하지 않는다.

대지의 넓은 가슴도 마찬가지여서 화화초초 형형색색 이름모를 작은 꽃잎마저 실어주고 “지지배” “릴리리” 춤추고 노래하는 새들에서 노루, 토끼, 다람쥐 등 수많은 길짐승들 그 위에 그 누구 그 어떤 존재가 뛰 놀아도 투정하거나 당신의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간은 어떤가.
빛바랜 물건하나 내어 놓고 천하의 언론 방송을 동원하여 보아 주지 않는다고 야단 들이다.
공력의 공인 유위의 공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공력을 떠난 공인 무위의 공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문다.

자연은 無爲(무위)를 뿌리로 하였기에 그 공이 영원히 남아 日月(일월)이 되고 銀河(은하)가 되고 大地(대지)가 되고 時雨(시우)로 만물을 적셔 인간의 이정표가 되었다.
인간의 비열함을 꼬집고, 인간의 간악함을 꼬집어, 성스럽게 도도히 인간의 잣대를 바꾸라고 성토한다.

자연의 교훈 그 성스러움은 언어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돈으로 배우는 것은 더욱 아니다. 가슴으로 열어 내고 영혼으로 느끼는 그런 것이다.
자연의 섭리는 분명하다. 한 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인간의 첨단 과학을 비웃고 조롱한다.

지식으로 알려 하지마라. 머리로 알려 하지마라. 대 자연의 교훈 그 신비는 지식의 영역도 아니고 언어의 영역도 아니다.

그 누가 ‘도홍이백장미자 문착동군자부지(桃紅李白薔薇紫 問着東君自不知)’라 했던가.
복숭아꽃이 붉고 배꽃이 희며 장미꽃이 검붉은 것을 봄의 신에게 물어 보았지만 봄의 신도 스스로 알지 못한다고 말이다. 참으로 감상해 볼 말씀이다.

거대한 봄의 향연을 그려놓고 그 속에 무위자연의 공을 자랑하지 않는 그래서 인간의 가냘픈 공치사를 냉혹하게 비판하는 무언의 메시지와도 같은 말씀이다.
세상은 때가 때인지라 자기 공치사로 난리 법석이다. 한 사람도 못난 사람이 없다. 흔히 말하는 그 어떤 곳에도 당당한 만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세상은 그 사람들 때문에 잘도 굴러 가는 모양이다. 아니 그저 그렇게 굴러 가는 것처럼 보일 따름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대 대 자연의 향연이 그대를 향하여 무슨 공을 그리도 자랑 하던가. 아니 그대는 그대의 볼품없는 공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얼마나 분통터져라 외쳤던가. 그대여. 가슴을 열고 눈을 크게 떠라.

그리고 동군의 향연 속에 천하 만물을 생장 시키고도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는 무위의 공력 그 교훈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봄날이 가기 전에 그 무위의 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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