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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폐해 대안마련 나서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4.19 13:00
  • 댓글 0

교계, BBS 사장 ‘공개모집’ 배워야

94년 종단개혁 당시 채택했던 조계종의 각종 선거제도는 개혁조치의 상징과 같은 것이었다. 소수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종단을 보다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선거제도의 도입은 최선으로 받아들여졌다. 종권의 집중이 얼마나 큰 불교와 종단에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칠 수 있는가를 톡톡히 경험했던 터라 총무원장 및 본사주지, 종회의원 선출에 직선제를 도입하는 것과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지당한 후속조처였다.

그러나 선거를 거듭하면서 차츰 그 문제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차츰 선거로 인한 폐해가 커지면서 이제는 ‘선거 망불론’, 즉 선거로 불교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종단의 위계와 질서가 다 훼손되고 있으며, 일반 세속의 선거 판을 방불케 하는 부작용이 빈발하고 있다는 데 많은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있다. 직선제 도입을 주도했던 당사자들조차도 선거제도를 대체할만한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토로를 할 정도로 선거의 폐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대안모색에 적극 나서지 않는 현실일 것이다. 문제를 인식했으면, 해결 대안을 위해 나서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렇다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대안은 깊은 고민을 하고, 이웃종교나 다른 집단의 제도를 검토 연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있을 때 수립되는 것이지 걱정만 한다고 해서 마련되는 것이 아니다.

선거로 다 망하게 생겼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티베트나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등 불교국가의 승단제도를 연구하여 장점을 도입하거나 참고할 사항을 조사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불교교단이 아니더라도 가톨릭이나 원불교 등 다른 종교의 제도를 참조하거나 원용하려는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잇단 선거로 승단의 질서가 무너지고, 온갖 폐해가 속출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종단 지도부는 선거 폐해에 대한 대안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불교방송 사장 후보의 천거권을 가지고 있는 대한불교진흥원이 불교방송 사장 후보를 공개 모집하고 나섰다. 그 동안 사찰 주지 후보를 공개 모집한 예는 한 차례 있었으나 몇 안 되는 교계의 기업체나 언론사, 대학 등에서 최고 경영자를 공개 모집한 예는 없었다. 적어도 교계에서는 아직 ‘공개 모집’ 자체가 낯설기만 하다. 사실 교계에선 경영자를 초빙할 때 공개 모집보다는 유력 인사들의 추천이나 연줄 등에 의지해 왔다. 실력과 능력보다는 특정 인사의 입김이나 배경, 정치적인 처신, 유력 인사와의 친분 관계 등이 더 크게 작용해 초빙한 경영자가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돼 왔다.

최근 교계의 최대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불교 TV의 경영 불투명으로 인한 재정 문제’ 역시 그 원인을 따지자면 전문 경영인 부재로 인해 불거진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 TV의 운영 전반에 관한 지식과 실무 경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영 능력 등을 고루 갖춘 전문 경영인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간은 무한경쟁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실력 있고 유능한 경영자를 찾기 위해 유력 매체에 ‘최고 경영자를 모시겠다’며 광고를 게재하고 ‘이러 이러한 능력을 겸비한 경영자를 초빙한다’며 공개 설명회까지 개최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볼 때 불교방송 사장 후보 공개 모집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교계의 언론 기관이나 업체, 대학 등에서도 도입해야 할 제도임에 분명하다.

교계의 대표적인 언론 기관이자 라디오 방송인 불교방송은 광고와 영업 시장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방송사 광고 시장은 이른 시일 내에 국가 독점 체제에서 자율 시장 경쟁으로 변화할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기에 불교방송의 사장은 검증된 실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어야 한다. 대한불교진흥원은 교계 지도자들이 주문하는 보완 사항을 귀담아 들어 보다 우수한 경영자를 찾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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