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
정찬주 지음 / 김영사
땅을 밟고 사는 시골은 도시에서 낙향한 초보 농사꾼에게 ‘매일 새벽 총총한 별을 보며 눈을 씻는’ 즐거움과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내 정신으로 깨어 살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밭이 낭만적이고 정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만 적기에 씨 뿌리고 열매를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밭은 결코 식물이 얌전하게 자는 곳이 아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세상의 저잣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처음부터 ‘한가로운 전원 생활’을 향유하고자 낙향한 것이 아니었다. 온전히 살고자, 생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살기 위해 치열한 삶의 밭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의 방 책상 옆에 걸려 있는 호미 한 자루는 자신의 글밭을 땀흘려 일구라고 채근하는 스승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오전에는 글을 쓸고 오후에는 도라지와 더덕, 상추, 아욱, 땅콩, 고추 등을 심은 밭에서 일하는 일상이 사계절에 따라 부지런히 펼쳐져 있다. 그 부지런함은 등 떠밀리는 헐떡임이 아니라 한 순간도 예사롭지 않음에서 오는 다급함이다.
“진리는 내가 날마다 밟고 지나가는 밭에도 있다. 흙이 있으니 배추와 상추가 자라고, 배추와 상추가 있으니 흙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얽혀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촘촘히 담아내기 위해 저자는 오늘도 묵묵히 말을 아끼며 호미같은 붓 끝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8,900원.
남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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