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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흙이 빚은 ‘온전한 삶’의 기록

기자명 남수연
  • 불서
  • 입력 2004.04.26 10:00
  • 댓글 0

『소박한 삶』
정찬주 지음 / 김영사

소설가 정찬주 씨는 3년전 낙향했다. 20년 넘게 직장인으로 혹은 작가로 살아온 그가 남도의 산중에 집을 짓고 초보 농사꾼의 삶을 시작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가 ‘번잡한 도시 생활을 접고 여유로운 전원 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자신의 일상을 세상에 공개했다.

땅을 밟고 사는 시골은 도시에서 낙향한 초보 농사꾼에게 ‘매일 새벽 총총한 별을 보며 눈을 씻는’ 즐거움과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내 정신으로 깨어 살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밭이 낭만적이고 정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만 적기에 씨 뿌리고 열매를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밭은 결코 식물이 얌전하게 자는 곳이 아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세상의 저잣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처음부터 ‘한가로운 전원 생활’을 향유하고자 낙향한 것이 아니었다. 온전히 살고자, 생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살기 위해 치열한 삶의 밭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의 방 책상 옆에 걸려 있는 호미 한 자루는 자신의 글밭을 땀흘려 일구라고 채근하는 스승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오전에는 글을 쓸고 오후에는 도라지와 더덕, 상추, 아욱, 땅콩, 고추 등을 심은 밭에서 일하는 일상이 사계절에 따라 부지런히 펼쳐져 있다. 그 부지런함은 등 떠밀리는 헐떡임이 아니라 한 순간도 예사롭지 않음에서 오는 다급함이다.

“진리는 내가 날마다 밟고 지나가는 밭에도 있다. 흙이 있으니 배추와 상추가 자라고, 배추와 상추가 있으니 흙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얽혀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촘촘히 담아내기 위해 저자는 오늘도 묵묵히 말을 아끼며 호미같은 붓 끝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8,900원.

남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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