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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무소유』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4.26 10:00
  • 댓글 0

금세기 최고의 불교 수필집

사회 모순 비판부터
수행자상 정립까지

수필로 인생 통찰한
초창기-대표적 저술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40년이 넘도록 불교계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명 수필은 단연 법정스님의 『무소유』이다. 그의 수필세계는 독특하다. 그는 남들이 흔히 좋아하는, 일테면 모노드라마처럼 지난날의 신변잡기를 늘어놓는다거나 한껏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는데 만족한다거나 졸졸 일상 생활을 스케치하는 통속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왜 무엇 때문에 사는가’라는 주제에 몰입하게 한다. 그의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세계에 깊이 침잠하도록 하고, 그의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그는 수필을 통하여 70년대 유신체제에 항거했고, 지식인들의 자기반성을 촉구했고 사회 곳곳의 모순을 지적했고, 허영으로 점철된 현실을 비판했고 끝없이 타락해 가는 불교를 비판했다. 그는 수필을 통하여 인간 본연의 순수를 부르짖었고, 인간성 회복을 외쳤고,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는 수필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했고 달관된 인생을 추구했고 사색을 사랑했고 이상적인 수행자상(무소유)을 정립했다.

이처럼 그의 수필은 단순한 미문(美文)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정치 사회 종교 등 각계각층의 모순과 부조리, 왜곡된 모습에 대하여 올바른 눈을 갖게 했으며, 더 나아가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했다. 고(故)로 그의 수필은 단순한 문학이라기보다는 삶과 인생에 대한 고원한 지적 통찰이다.

그는 70년대 유신체제의 온상에 대해 “오늘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좥나의 취미는좦)는 말로 대신했고, 옛 모습을 복권한답시고 도리어 그 모습을 망쳐버린 불국사 복원에 대해서 “그윽한 풍경 소리 대신 씩씩하고 우렁찬 새마을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고 비평하고 있다.

서슬 퍼렀던 70년대 불교계는 이른바 호국불교론으로 거개(擧皆)가 오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유신체제에 항거했던 이는 오로지 법정스님뿐이었다. 대학과 지성인들이 함께 민주화를 외쳤던 그 시대, 만일 불교계에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너무나 삭막했을 것이다. 사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다시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읽으면서 ‘여성적인 글’이라는 일각의 비평을 일축하고 싶다. ‘그(법정)야말로 금세기 지성적인 불승(佛僧)’이 아닌가? 혹자는 ‘되게 아부하고 있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의 수필로 말할 것 같으면 시대를 뛰어넘어 하시(何時)라도 우리의 정신을 맑게해 줄 수 있는 산소 같은 청정한 법음(法音)이다.

“지난해 가을, 나는 한 달 가까이 나그네길을 떠돌았다. 승가의 행각(行脚)은 세상 사람들의 여행과는 다른 데가 있다. 볼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어디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운수행각’이라고 한다.(『나그네 길에서』)”

수필을 통해 투영된 그의 정신세계는 이 책의 제목이 말해 주고 있듯이 ‘무소유,’ ‘무집착’이다. 한 가지라도 더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신경을 더 써야 하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얽어매는 쇠사슬이 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애착하면 할수록 자신을 속박한다. 동시에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교의 이상인 해탈과는 지극히 상반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법정스님의 여러 수필집 가운데 초창기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책이다. 이 외에도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산방한담』, 『버리고 떠나기』 등이 있다. 모두가 다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주옥같은 글이다. 문고판 140쪽, 1976년, 범우사 간.

윤창화 〈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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