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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처경(念處經) ⑥

기자명 법보신문

탐진치 알아차려야 번뇌 끊는다

“비구들이여, 비구는 어떻게 마음에서 마음을 따라 관찰하면서 머무는가? 비구들이여, 비구는 탐욕의 마음을 ‘탐욕이 있는 마음이다’고 분명하게 안다. 탐욕을 떠난 마음을 ‘탐욕으로부터 벗어난 마음이다’고 분명하게 안다. 비구는 성남의 마음을 ‘성남이 있는 마음이다’고 분명하게 안다. 성남을 떠난 마음을 ‘성남으로부터 벗어난 마음이다’고 분명하게 안다. 비구는 어리석음의 마음을 ‘어리석음이 있는 마음이다’고 분명하게 안다. 어리석음을 떠난 마음을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난 마음이다’고 분명하게 안다.”

마음에 대한 이해는 불교의 핵심 문제이다. 마음과 관련하여 불교에서는 치따(citta), 마나스(articles), 윈나나(vinnana)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한역경전에서는 치타는 마음(心), 마나스는 의(意)로, 윈나나는 식(識)으로 번역하였다. 초기불교에서는 이 세 가지를 엄격하게 구별하여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들에 대한 엄격한 구별은 구사론과 유식불교에서 비로소 이루어졌다. 마음을 관찰하는데 『염처경』에서 크게 두 가지의 방식을 제시한다. 하나는 탐욕, 성남, 어리석음에 물들어진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로부터 벗어난 마음에 대한 관찰이다. 전자가 물들어진 생멸의 마음이라면 후자는 청정한 진여의 마음이다. 비유하자면 더러운 물도 물이고, 깨끗한 물도 물이듯이, 대상에 물든 마음이나 그런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마음이나 모두 마음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삼독이나 진여 마음 관해야

이때 관찰되는 마음의 영역은 탐욕, 성남과 같은 욕계(欲界)에서부터 고귀함, 삼매, 해탈과 같은 색계(色界)나 무색계(無色界)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폭넓은 스펙트럼을 이룬다. 이들은 일정한 계위를 따라서 관찰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염처경』에서는 그들 개별적인 양상을 그 자체만으로 포착하여 존재하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물고, 마음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물고,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문다. 이때 또한 비구는 ‘이것은 마음이다’라고 하는 알아차림의 확립이 있다. 이러는 한에서 오직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지혜가 있다. 그럼으로써, 비구는 의지함이 없이 머물고, 어떤 세상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마음에서 마음을 따라 관찰하여 머문다.”

대승 유식이나 화엄불교처럼 『염처경』은 마음이 발생하는 원인과 조건을 결코 탐색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성남이 일어난 경우 그것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생되는지 하는 패턴을 말하지는 않는다. 『염처경』의 명상은 다만 대상에 대해서 일으켜진 탐욕이나 성남을 그 자체로 알아채는 일만을 강조한다. 성남은 애착으로 말미암아 일어났고, 애착은 즐거운 느낌에 의해서 발생하였으며, 즐거운 느낌은 대상에 대한 접촉으로 일어난다고 하는 연기법을 관찰하지는 않는다. 성남이 발생하면 곧 그것을 알아채고, 성남이 사라지면 성남이 사라졌다고 그 자체로 알아차릴 뿐, 그것을 느낌이나 몸의 감각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원인보다 현상 관찰 중시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떤 종류의 마음이든지, 그 자체로 알아차림(sati)으로써, 마음이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탐욕이나 어리석음에 휩싸이는 경우에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행자는 알아차림을 분명하게 확립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것을 위해서 탐욕이나 열정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리고, 그곳에다 ‘탐욕!’ ‘탐욕!’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연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차리는 마음은 물들거나 청정한 마음과 구별되는, 또 다른 종류(別境)의 마음이다. 이것을 유식불교에서는 영적인 성장,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마음작용(別境心所)으로 이해한다.

인경 스님 <명상(선)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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