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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슈타인켈너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다르마끼르띠 철학 천착 유럽의 대표적 불교논리학자



유럽이란 장년의 대륙 한가운데 자리잡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국립대학 인문과학대 내에는 남아시아-티베트불교학과라는 긴 이름의 연구소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밀려온 유럽 각 나라 정부의 긴축재정 영향으로 대학에서는 황금알을 낳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인문학 분야에서부터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독립적으로 예산을 운영하던 동양학계는 유사학과들과 통합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런 영향으로 인도학과와 티베트불교학과는 극동아시아학과와 하나로 통합된다. 그러나 이에 저항하면서 현재의 이 긴 이름의 연구소로 저지선을 세우게 되는데 이 중심에 오스트리아의 원로학자 슈타인켈너(Ernst Steinkellner)가 있었다.

인도논리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

슈타인켈너는 틸만 베터(Tilmann Vetter, Leiden), 슈미트하우젠(Lambert Schmithausen, Hamburg) 등과 함께 프라우발너(Erich Frauwallner; 1898~1974)의 제자로 ‘니야야 학파의 샹카라스와민’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고 난 후, 일찌감치 그의 조수로 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한다. 1967년 교수자격논문으로서 티베트어 번역만이 존재하는 다르마끼르띠의 ‘헤투빈두(Hetubindu)’를 치밀한 텍스트교정과 다른 산스크리트 문헌에서의 인용문 수집, 상세한 각주와 번역을 통해 일찌감치 자신의 학문방법론의 전범을 완성하면서 불교인식논리학 연구자로서 입문한다.

이어 다르마끼르띠 철학의 최종완결판인 ‘프라마나비니쉬짜야의 자비량(自比量)장 연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다르마끼르띠의 철학적 문제의식의 모든 맹아를 담고 있는 초기 저서인 ‘프라마나바르티카의 자비량장 연구’와 함께 그의 학문세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연구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철학적 경향을 띤 연구업적들이 대부분 자기완결성을 띠면서 일회용으로 다른 연구자들의 손을 거쳐가는 반면, 그의 연구서들은 동시대의 타연구자들의 손에 오래 또 지속적으로 머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차이는 그의 연구대상과 방법론 모두에서 연유한다. 다른 분야의 문헌들과 달리 인식논리학 문헌들은 대개 그들의 반대자들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쓰여진다. 그런 텍스트의 성격은 사실 대외적인 자파 체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도구로서 요구된 인식논리학의 탄생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불교인식 논리학서 뿐 아니라 타 철학파의 인식논리학서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목표는 그들의 형이상학, 존재론에 부합되는 인식논리의 완성이다. 물론 간혹 인식논리에 맞는 존재론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인식논리학의 전통은 한쪽으로는 자기 체제의 끝없는 개량과 보수, 다른 한쪽으로는 적대 학파 체제에 내재된 오류나 불완전함의 비판이라는 양 날개의 균형으로 자기의 시대를 날았다.

연구과정의 논의체제 구성

이런 연유로 개개의 논서들은 자기 학파의 이론뿐만 아니라 다른 이론들의 직간접 인용을 싣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는 후세의 학자들에게는 의도하지 않은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는 현재 소실되어 버린 어떤 문헌의 내용이나 주요사유를 반대파의 문헌들을 통해서 종종 건져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한 문헌의 연구는 실제 그 문헌의 필자가 비판하는 반대학자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대상문헌 뒤에 성립되면서 이 문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철학과 철학자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전제될 때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곧 연구자들은 직접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문헌에서 드러나고 있는 내적 구조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외적 콘텍스트를 향해서도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대상의 성격에 맞춘 문헌학적 방법론을 슈타인켈너는 개발해냈고, 텍스트의 개별적 성격에 맞춰 아직도 방법론의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작업을 그는 비엔나의 젊고 성실한 제자들과 함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찾아가는데, 알고 보면 이 과정은 이미 그의 스승인 프라우발너, 더 나아가 유럽 일반문헌학 전통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그는 연구대상과 방법 모두에 있어 그의 스승인 프라우발너의 착실한 후계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도학 연구자로서의 프라우발너가 사용한 작업방식의 특성이 있다면 연구과정에서의 협업체제였다. 대개의 인도학, 불교학자들이 자기 연구실 문 뒤에서 홀로 광활한 문헌의 바다에 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문헌학자로서의 기본기를 배우게 함과 동시에 그들과 자신의 연구성과를 동시적으로 나누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연구방식의 강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승한 인물이 슈타인켈너였다. 대학원생 수준의 학생들과 이루어지는 그의 세미나는 말 그대로 ‘그의 세미나’이다. 그는 자신이 읽으려고 하는 텍스트와 그 번역, 다른 참고자료를 앞서 나누어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한다.

‘다르마끼르띠 학회’창립 주도

세미나에 들어서는 자신의 번역을 읽으면서 설명을 하면 젊은 제자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스스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들이나 다른 방식의 번역은 세미나 중 철저하게 토론되고 메모되어 작업에 활용된다. 그는 이런 작업방식에 매우 만족해하는데, 그건 한 개인이 놓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발견되어 보충될 수 있다는 오랜 경험을 통한 확신 때문이다.

현재 오스트리아 학술원 ‘아시아 문화 정신사 연구소’의 한 분과로서 존재하는 불교학 분야는 그와 그의 젊고 성실한 제자들이 모여 세계에 퍼져있는 프라마나 연구라는 배의 조타수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연구소의 존재는 타 문화유산의 이해와 보존의 중요성을 대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설득해온 우리의 이 노회한 학자의, 단순한 학문적 역량을 넘어서는, 일종의 신념에 찬 전도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협업체제에 대한 확신이 낳은 또 하나의 산물이 바로 ‘세계 다르마끼르띠 학회’이다. 일본의 가츠라와 슈타인켈너의 공동 노력으로 태어나고 세계 각 국 50여명의 관련학자들이 참여하는 이 학회는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주기로 개최됨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연구성과를 나누고 앞으로의 연구테마들을 정리해 보는 명실상부한 불교인식논리학 연구의 메카로 평가되고 있다.

비엔나대 박사과정 최은이
a9209898@unet.univie.a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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