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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참사 이후 북한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용천역 폭발사고를 계기로 ‘북한문제’가 또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고 내용을 국제사회에 곧바로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사고지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이란 점에서 국제적인 시선이 집중된 지역이었고, 사고지점이 중국의 단둥과 인접한 접경지역이란 점에서 사고 내용을 숨기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대량참사를 당한 북한이 자체의 힘으로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 자연재해, 핵위기, 만성적인 경제난 등으로 체제위기가 심화돼 왔다. 핵개발 문제로 국제사회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이 용천참사를 당해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닌 경제난 등 총체적 위기 심화에 따른 ‘체제사고’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으로 북한의 사회간접 시설은 매우 낙후돼 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제때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현장과 교통통신시설 및 사회간접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북한 당국이 현안인 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개혁·개방정책을 본격화하지 않을 경우 정권붕괴 또는 체제붕괴를 의미하는 내부폭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번 룡천역 폭발참사는 체제위기 심화에 따른 내부폭발의 전조(前兆)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체제위기 해소 차원의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이 경제재건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현안인 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 2002년 10월부터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해서 무기수출, 마약밀매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차단하는 등 ‘선택적 저지’를 통한 사실상의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남북한은 용천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우호분위기를 살려 핵문제 해결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용천참사 직후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민간지원단체들도 대북 구호활동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핵문제로 갈등을 지속해 왔던 국제사회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대북 구호활동을 적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에 많은 접촉과 교류가 이뤄지면 이를 계기로 북한의 개혁·개방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 미국, 일본 등 적대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용천참사에 대한 대북지원과 관련해서 모처럼 우리 사회내부에서도 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북지원과 관련해서 ‘퍼주기’ 논란이 나오는 등 남남갈등이 나타났었는데, 이번의 경우는 인도적 대북지원에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등 국민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 남과 북은 같은 동포로서 상대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 지금은 체제역량이 우세한 남측이 보다 많은 대북 지원을 통해서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이번 참사를 국제사회에 곧바로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는 등 기존과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 남한과 국제사회에 북한의 이른바 ‘불량국가’ 이미지를 바꾸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구호활동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적대관계를 유지해왔던 국제사회와 화해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개혁·개방도 본격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권과 체제 붕괴를 의미하는 대폭발인 ‘내부폭발(explosion)’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yhko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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