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 스님 지음 / 고요아침
내가 나를 바라보니
- 오현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오현 스님. 백담계곡 깊은 골에서 때론 눈에 불을 뿜는 호랑이가 되었다가, 때론 열목어 처럼 맑고 여린 품성으로 휘적 휘적 거닐며 사는, 신화와 전설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더더욱 흔히 만나기 어려운 신비함과 카리스마로 살아서 이미 전설이 되어 있는 시인 스님.
오현 스님의 시를 실컷, 양껏 만났으면 했었다. 한 해 겨우 한 두 편, 찔끔 찔끔 내어 놓는 스님의 대책 없는 게으름을 원망하며 어쩌다 만나는 스님의 시 한 줄에도 요란을 떠는 무리 가운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끼던 시절도 있었다. 언젠가는 스님의 시며 산문을 모아놓은 책이 나오겠거니 기대하고 지내다가 『절간 이야기』를 만나고 보았다.
작은 책, 절반은 산문이 나머지 절반은 시가 채워져 있다. 앞부분의 글들도 말이 산문이지 대부분 일정한 운율을 지닌 아름다운, 그러나 아픈 내용을 지닌 시들이다.
짧은 말이라도 할라치면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꺾어서 흔들 흔들대며 한마디 터지는데 유독 어려움을 치르는 스님이, 글에서만큼은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물 속에서 자유형 배영 접영을 화려하게 선보이듯이 거침이 없다. 미끄러진다. 그리고. 시가 있다. 한없이 부끄러워하고 예민한 심성이 담긴 시들이다. 스님으로 산다는 것, 아니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어느 자리, 어느 때도 놓치지 않고 살피며 지내는 날카로운 수행자의 삶이 엿보이는 시들이다.
스님으로 사는 이만 쓸 수 있는 그야말로 ' 스님의 시 '다. 책 안에는 무수한 사진들이 담겨 있다. 스님이 지난 십여년 이상 깃들어 사는 강원도 여러 절의 안팍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다. 스님의 산문이나 시와는 전혀 다른 명랑한, 청명한 사진들이 이미지의 과잉으로 여겨지며 오히려 불편했다. 9,000원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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