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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 도량엔 ‘교리-점검’ 있었네

기자명 법보신문

장휘옥 박사, 각국 수행처 탐방기

일본-미얀마 선원 하루 15시간 정진 틱낫한 스님 등 수행현대화 앞장

일본 도쿄대에서 화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후 십수 년의 세월을 연구와 교육에 전념했던 불교학자 장휘옥 박사. 지난해 3월 갑자기 그는 교수라는 ‘선망의 직업’까지 과감히 버리고 잠적했다. 그런 장 박사가 5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이 회장으로 맡고 있는 미래학불교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불교수행의 세계적 현황과 그 미래’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수행을 해야겠다는 절박감으로 강단을 떠난 후의 생활과 구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장 박사는 이날 지난 1년간 일본, 동남아, 유럽 등 각국의 수행센터와 수행자들을 찾아다녔던 구법여행기를 소개했다. 각기 다른 전통에서 독특하게 계승되어 온 수행법들을 실제 닦아봄으로써 자신의 눈도 새로 뜨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도 일조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취지였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장 박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일본의 참선수행도량인 고오가쿠지(向嶽寺). 이 절은 중국 송나라 때 선수행과 그 생활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양식이 떨어지면 스님들이 탁발을 나갈 정도로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여름·겨울안거 등 집중수행기간에는 하루 15시간 이상 좌선할 정도로 치열한 수행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조금 졸기만 해도 펑펑 내리치는 각목 같은 죽비, 겨울에도 문을 모두 열어놓고 좌선하는 모습에서 일본 선불교가 아직도 펄펄 살아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었다고 장 박사는 밝혔다. 특히 그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제자가 스승에게 매일 1~5회씩 자신의 경지를 보이고 점검받는 독참(獨參)제도를 꼽았다. 장 박사는 “이곳에서 수행해본 결과 방장스님의 말처럼 ‘좋은 스승이 있으면 언제라도 좋은 제자가 배출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에서 하루 15시간의 좌선을 경험한 후 장 박사는 다시 미얀마 양곤의 쉐우민 센터를 찾았다. 새벽 3시 30분부터 시작된 위파사나 수행은 오후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좌선과 행선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이곳에서 그는 묵언과 오후불식을 철저히 지키는 집중수련 코스에 참가했고 이 곳을 대표하는 고승 우 떼자니야 사야도와 인터뷰도 실시했다.

“알아차리는 마음의 자세만 바르면 대상은 저절로 바른 대상이 됩니다. ‘어떤 마음자세로 수행하고 있나?’하고 항시 자신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장 박사는 우 떼자니야 사야도의 말처럼 위파사나의 핵심은 ‘사티(sati)’, 즉 알아차림에 있고, 이곳도 다른 위파사사나 도량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점검과 교리공부가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베트남 틱낫한 스님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세운 명상수련센터도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는 일주일 동안 울력명상, 진리토론, 대지와 접하기, 게으름의 날, 팃낙한 스님의 법문 등으로 이뤄지는 수행코스에 참가했다. 장 박사는 틱낫한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플럼빌리지의 수행프로그램은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호흡과 걷기 명상을 통해 알아차리고, 모든 존재가 그물처럼 얽혀 있다는 자각 아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박사는 구산 스님의 제자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한국 선을 지도하고 있는 마틴 베츨러·스티븐 베츨러 부부, 숭산 스님의 제자로 폴란드 등에서 선을 지도하고 있는 우봉 스님, 파리 길상사 주지 무이 스님 등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중관학의 세계적 거장인 스위스 로잔대학의 자크 메 교수를 만나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며 그에게서 유럽불교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티베트 사원으로 현재 40여 명이 수행하고 있는 랍땐 최링에서 수행자들과 인터뷰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각지에서 다양한 수행자들을 만나고 직접 체험도 한 장 박사는 “유명한 수행처일수록 교리를 중시하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장 박사는 이렇게 많은 도량들이 교리를 강조하는 까닭으로 “원래 경전은 수행을 통해 깨달은 바를 기술해 놓은 것이기에 자신이 수행해서 몸으로 깨달은 것을 교리가 점검해주고, 나아갈 길도 제시해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스승과 제자가 개별적으로 만나 수행 진척사항을 점검하는 시간을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갖고 있는 점도 이들 수행처들의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맞춤식 수행’이 선지식을 수많은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어느 수행이든 자신의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선택해 꾸준히 노력하면 깨달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선지식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수행과 교리의 병행과 늘 점검해 줄 수 있는 지도방식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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