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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처경(念處經) ⑧

기자명 법보신문

용서하고 이해할 때 내 業도 맑아진다

비구들이여, 비구는 미워함이 있을 때, ‘내게 미워함이 있다’고 분명하게 안다. 다시 미워함이 사라지면 ‘내게 미워함이 없다’고 분명하게 안다. 또한 비구는 전에 느끼지 못한 미워함이 어떻게 일어나는 것을 알고, 생겨난 미워함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알며, 사라진 미워함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안다.

미워함은 우리의 정신을 가리는 다섯 가지의 덮개 가운데 두 번째에 속한다. 탐욕이 즐거운 느낌에 기초하여 발생한다면, 미워함은 불쾌한 느낌에 근거한다. 미워함은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으로 보통은 성남이나 분노와 같은 격정으로 표현된다. 탐욕이 삶에 대한 애착이라면, 성남은 공격성을 나타낸다.

우리가 성을 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고 손해를 보게 될 경우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받지 못하고 배척받거나 거절당할 때, 우리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상대방에게 화를 낸다.

이 경우는 좌절된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념이나 신념체계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의 대립에서 발생한다. 이 경우는 두려움에 기초한 자아의 방어체계와 관련된다. 어느 경우든지 분노는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동반하며, 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원망으로 발전되어 한을 품게 된다. 원망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난폭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며 폭언을 쉽게 한다. 처음에는 상대방을 괴롭히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학대하게 된다.

미움의 불행의 근원

이런 마음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은 네 가지이다. 첫째는 자비관(慈悲觀)을 닦는 것이다. 자비관이란 상대방을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자신의 허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여 수용하는 것이다. 조용히 좌선자세로 앉아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미워하는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안락하기를 진정으로 기원해 보라. 무엇보다도 내 자신을 용서하고,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것이 자비관이다.

다른 하나는 유식불교에서 강조하는 인연관(因緣觀)을 닦는 방법이다. 인연관이란 말 그대로 분노가 발생되는 원인과 조건을 탐색하여 통찰하는 작업을 말한다. 여기서 원인은 좌절된 욕구와 왜곡된 신념체계를 말하고, 조건이란 잠재된 씨앗이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되고 표출되는지를 조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연관은 혼자서 수행하면 위험하다. 교활한 자아는 자신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훌륭한 도반과의 효과적인 대화, 명상상담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모든 인연은 바로 자신의 업의 결과이며, 상속자라는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때야 비로소 타인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은 사라질 것이다.

미울수록 행복 기원하라

세 번째는 『염처경』에서 제시한 알아차림의 공부법이다. 다만 그 현상을 관찰하는 일이다. 모든 현상은 일어났다가, 일정한 시간을 머물고, 때가 되면 마침내 스스로 사라진다. 성남이 일어나면 그것을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알아차리며, 성남과 온전하게 하나가 되어 함께 그 변화를 느끼며, 사라지면 다시 사라짐을 온전하게 알아차린다. 현상은 다만 현상 그 자체로서 경험될 뿐이다.

그 어떤 신념이나 가치로서 해석하는 일을 거부한다. ‘지금 여기’의 시점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 자체가 귀중할 뿐이다. 이것이 염처관(念處觀)이다.
마지막으로는 간화선(看話禪)의 방법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가? 과연 고통을 받고 있다는 나는 무엇인가?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간화선은 대답해보라고 요구한다. 문제의 본질로 직접 뛰어들 것을 다그친다.

인경 스님 <명상(선)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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